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장사는 안 되는데 인건비가 급등해 돈벌이는 줄고 빚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사업을 접든지, 빚을 내 버티기에 들어가든지 선택의 기로에 선 자영업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의 3분기 예금취급기관 대출금 현황을 보면 도소매·숙박·음식업의 대출금이 220조257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2.1% 늘었다. 2분기(12.0%)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사상 최고 증가율이다. 반면 3분기 전국 가구의 사업소득은 월평균 87만98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9% 줄었다. 관련 통계 작성 후 최대 감소폭이다. 가구 사업소득은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사는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게 마련이다. 심각한 것은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인건비가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은 지난 2년간 30% 가까이 올랐다. 자영업자들의 차입 증가율은 2018년 1분기 7.94%를 시작으로 매분기 계속 높아져 올해 3분기에 12.1%까지 치솟았다. 2018년부터 시작된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의 영향을 직접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내수 부진에 인건비 급등까지 겹치면서 자영업 몰락이 구조화하고 있다. 이는 중산층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하위 20%(1분위)에서 근로자 가구의 비중(28.1%)은 전 분기(29.8%)보다 낮아진 반면 근로자 외 가구 비중(71.9%)은 전 분기(70.2%)보다 높아졌다. 중산층에 속하던 자영업자들이 소득최하위인 1분위로 내려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이 무너지면 장기 경기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소득양극화 심화 문제도 있다. 정부는 소득의 ‘창출’이 아닌 ‘이전’에 불과한 이른바 ‘포용성장 정책’이 자영업 몰락의 원인은 아닌지, 차제에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실패를 인정한다면 더 늦기 전에 과감하게 정책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