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항법위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
인공위성 없는 현대인의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는 류현진 선수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는 것은 통신방송위성이 전 지구를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스포츠 중계는 빙산의 일각이다.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정치, 경제, 사회, 안보 등 여러 분야의 수많은 실시간 정보가 통신방송위성을 통해 전달된다.

통신방송위성은 1960년대 이후 50여 년간 역할을 이어와 일반인에게 친숙해졌지만 늦게 시작된 항법위성은 최근에 와서야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항법위성의 실생활 활용 사례로 내비게이션을 빼놓을 수 없다.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그 편리성에 공감할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미국이 운영하는 GPS 위성에서 보내주는 신호만 이용했는데 이제는 중국의 베이더우(Beidou) 항법위성, 유럽의 갈릴레오(Galileo) 항법위성과 함께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 항법위성 신호도 받으면서 위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항법위성이 차량 내비게이션에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올 들어 부쩍 향상된 북한의 미사일 기술과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시설을 목표로 한 정확한 무인기 공격은 항법위성을 활용한 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먼저 북한을 보자. 작년 한 해 잠잠하던 북한은 올해 5월 초부터 지난달 10일까지 열 차례 신형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다. 주목해야 할 사항은 이들 미사일 중 일부는 비행거리가 600㎞ 이상인데도 최대 고도는 50㎞ 정도에 불과해 안티미사일(antimissile)로 사전 격파하기가 쉽지 않게 개발됐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판 이스칸데르(Iskander) 미사일은 종말 단계에서 솟구친 후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기동성을 실현했다. 항법위성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기술이다.

사우디의 석유 생산시설을 파괴한 무인기(드론)도 마찬가지다. 먼 거리를 조종사 없이 비행하고 족집게 공격하는 데는 항법위성 기술이 필수적이다. 예멘 반군은 자신들이 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등 서방은 이 기술을 보유한 이란을 공격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북한이나 이란이 미국 GPS 위성을 이용했을 리는 없고, 중국 베이더우 항법위성이나 러시아 글로나스 항법위성을 이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베이더우 항법위성은 사업에 들어간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지난해부터 GPS 항법위성의 활용도를 추월하고 국방뿐 아니라 전 산업 분야로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아직 추가 보조 정보 없이 항법위성 신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위치 정확도는 10m 내외다. 항법위성의 정확도를 1m 이내로 높이려고 세계 우주 선진국 간 경쟁이 불붙고 있다. 이미 수십㎝까지 정확도가 올라갔는데 공식 발표를 안 하고 있다고도 한다. 1m 이내가 되면 활용 범위가 자동차, 항공기, 선박의 위치 식별뿐만 아니라 자세제어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 해양, 물류, 재난, 국방 등 산업 전 분야로의 파급은 물론 자율자동차 및 드론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인프라가 된다.

한국은 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자체 개발과 시급성을 고려해 조속한 서비스망 구축이란 두 방향으로 대비하고 있다. 첫 번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돼 준비하고 있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사업이다. 우리나라가 항법위성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발사해 위성항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정밀위치보정시스템(KASS) 사업이다. 미국 GPS 위성을 이용하되 별도의 정지궤도 위성으로부터 보조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서 GPS 위성 신호를 보정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정밀도를 크게 향상시키는 사업이다. 두 사업 모두 한국이 정보기술(IT)산업 강국으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위성항법 산업을 놓칠 수 없기 때문에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 진행에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