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한국과 일본의 상반된 인식
한국과 일본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차는 작지 않다. 한국인에겐 삼성전자가 일본 대표 기업들을 실적에서 압도하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서울 요지의 땅값이 도쿄의 땅값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것에도 어깨를 으쓱한다. 대기업 초임은 일본보다 높고, K팝 연예인들의 ‘칼군무’는 일본 아이돌의 율동에 비교할 바가 아니라고 여긴다.

반면 오랜 기간 일본에 거주하다가 잠시 한국을 들르면 눈에 띄지 않던 소소한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광화문이나 강남 같은 서울 중심지를 둘러보면 도쿄 등 일본 대도시에 비해 뭔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건물들은 왠지 모르게 야무지지 못해 보이고, 상점 간판들은 무질서하게 걸려 있다. 인천공항의 화장실은 일본 공항 화장실에 비해 청결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韓, 일본 얕잡아 봐서는 곤란

양국을 잘 아는 사람들은 한국인은 일본과 별 차이가 없다고 여기고, 일본인은 여전히 격차가 크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를 두고 한 전직 고위 외교 관료는 “한국인들은 한·일 관계를 국력이 대등한 독일과 프랑스 관계로 보고, 일본인들은 국력 차가 뚜렷한 데다 지배의 역사까지 있는 영국과 아일랜드 간 관계로 여긴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이한 인식은 각자 ‘반쪽’ 진실을 담고 있다. 국민의 실제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에서 1990년 한국은 일본의 40.2%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일본의 89.2% 수준까지 높아졌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한국은 머지않은 장래에 일본을 추월할 수준까지 성장했다. 개개인의 재산 측면에서도 많은 한국인은 보통의 일본인에 비해 꿀릴 것이 없게 됐다.

대조적으로 일본인들은 한국보다 길게는 100년 가까이 앞선 근대화의 결과로 오랫동안 누적된 저력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양국 간 축적된 경제·기술력 격차는 여전하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서로를 바라보는 상반된 인식은 최근 급속히 경색된 양국 관계의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일본은 한국의 급성장을 경계하기 시작했고, 한국은 일본을 얕잡아 보고 존중하지 않았다.

日, 힘의 한계 자각해야

최근 양국 대립은 현 시점에서 양국 간 ‘국력의 차이’도 여실히 드러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여전히 경제력이 우위에 있으며 산업 구조도 양국 간 ‘경제전쟁’에서 한국이 주로 손해를 보는 구도로 짜여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동시에 일본의 우위가 과거와는 다르다는 진실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마찰이 심해질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에 비견할 만한 ‘대표선수’를 갖추지 못한 일본의 초라한 현실만 부각될 뿐이다. 일본 소재업체들은 ‘큰손’ 한국 업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본은 더 이상 패권국가도, 욱일승천하는 국가도 아니라는 점이 뚜렷해진 것이다. 더군다나 일본으로선 한국을 적으로 돌리는 큰 실책까지 범했다.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 후 ‘유럽을 지배하긴 부족한’ 모호한 수준의 독일 국력을 자각하고 힘을 자제하는 정책을 폈다. 반면 그의 후계자들은 공격적인 대외정책으로 조국을 패망으로 이끌었다.

지금은 결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힘을 과시할 때가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고, 모두가 손해만 보는 잘못된 정책을 하루빨리 철회해야 할 것이다.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