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 LED로 바꿔 전기료 절감…"아낀 돈으로 경비원 고용 보장"
서울 성북구가 최저임금제 시행으로 해고 위기에 처한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관내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등 교체에 나선다. 전등을 전력 소모가 적은 LED(발광다이오드)로 교체해 절감하는 공동전기료를 경비원 급여에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성북구는 8일 관내 25개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조명 교체에 1억930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전등 교체로 연 5억~10억원의 전기료를 절감하면 경비원을 해고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이지 않고도 최저임금(5580원)을 지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07년 최저임금법 개정 당시 아파트 경비원은 노동 강도가 덜한 ‘감시·단속직’으로 분류돼 최저임금 적용을 유예받았다. 하지만 올초부터 아파트 경비원도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이 되면서 많은 경비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 아파트단지는 올 1월 법 적용 이후 경비원 근무시간을 많게는 5시간 줄이는 등 변칙적인 방법으로 최저임금제를 지켜왔다. 이 과정에서 경비원 인원 감축 논의도 이뤄졌다. 이승복 성북구 주택관리과장은 “개별 단지의 조명 교체 비용의 절반까지 구가 지원하는 대신 해당 단지는 경비원 고용 유지를 약속했다”며 “사업 대상인 25개 아파트단지에서 경비원 337명의 고용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는 이 사업으로 경비원의 고용이 유지될 뿐 아니라 임금 인상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비원 337명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면서 근무시간을 유지하거나 소폭 줄일 경우 연 7억여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25개 아파트단지의 지하 주차장 전등 2만개를 사람이나 차량이 출입할 때만 점등되는 센서 작동 방식으로 교체하면 연간 약 10억원, 일반 LED로 교체하면 약 5억원이 절감돼 임금 인상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2013년 초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로 교체한 석관동 두산아파트에서 얻었다. 2년간 절감한 전기료 1억8000만원 중 일부를 활용해 올초부터 경비원 월급을 평균 20만원 인상하기로 입주자대표회가 결정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 김제주 씨(69·사진 왼쪽)는 “주차장 전등을 바꿨을 뿐인데 월급이 오르고 고용이 보장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심재철 입주자대표회장(오른쪽)은 “LED 교체 주기가 5년으로 기존 형광등보다 길어 교체비용도 아낄 수 있는 등 여러 면에서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