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D램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메모리가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인수자가 누가 될지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엘피다가 세계 3위 회사인 데다 일본 내 유일한 D램 업체여서 청산보다는 매각 또는 제휴를 통한 구조조정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도시바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유력한 인수 후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도시바·마이크론 ‘삼성전자 모델’ 주목

엘피다 인수 1순위는 도시바…D램 '재도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도시바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엘피다의 인수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 값이 떨어지면서 시장에선 도시바가 D램 사업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도시바가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사업모델을 본떠 안정된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계획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도시바는 2001년 D램 사업에서 발을 뺀 뒤 낸드플래시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낸드플래시(32GB) 값은 사상 최저치인 3.48달러까지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시바는 자사의 낸드플래시와 D램 사업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최근까지 엘피다와 D램 사업부 통합에 대해 협상해왔다”며 “삼성전자와 같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IHS아이서플라이도 도시바의 엘피다 인수를 점쳤다. 올초 신년회에서 사사키 노리오 도시바 사장은 엘피다 인수와 관련해 “철저한 개혁을 하지 않는 이상 (엘피다를 가져갈) 생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IHS는 “연초 엘피다에 대한 인수 조건으로 사사키 사장은 파산보호 신청과 같은 극약처방을 제시했다”며 “엘피다가 실제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간 만큼 도시바의 인수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2의 하이닉스 가능성도

D램 시장 점유율에서 엘피다와 근소한 차이로 경쟁해온 마이크론도 강력한 인수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그간 마이크론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 대항하기 위해 엘피다와의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D램 시장 점유율이 12%대로 엘피다와 거의 비슷해 사업 통합시 삼성전자(45%)와 하이닉스(22%)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마이크론이 엘피다 공장 일부를 우선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엘피다 자산을 얼마에 사들일지가 관건”이라고 보도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엘피다 인수 기대감에 전일보다 7.7% 올랐다. 지난해 12월22일 이후 최고치다. 그러나 일각에선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가 속전속결로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엘피다와 사업 통합을 추진해온 스티브 애플턴 전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초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엘피다가 하이닉스처럼 부활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산케이신문은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하이닉스는 어려움을 딛고 지금 세계 2위로 우뚝 섰다”며 “파산보호 신청이 회사가 곧 망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엘피다는 앞서 2009년 일본 정부로부터 3억7000만달러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산케이는 “(엘피다가) 파산보다는 경영 정상화 과정을 밟게 될 수도 있다”며 “사카모토 유키오 엘피다 사장 등 경영진도 퇴진하지 않고 남아 자금 지원 등의 방법으로 회사 재건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