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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16 15:31:13 / 수정: 2010-12-17 11:12:38
Biz Trend

Best Practice…7년간 흑자 못내도 3억弗 배팅…"전기차의 페라리" 럭셔리 마케팅

테슬라의 전기차 선두주자 비결
'PC용 배터리' 아이디어 착안…기술 한발 앞선 전기차 양산
할리우드 스타 집중 공략…브랜드 '역발상 홍보' 적중
포드 이후 54년만에 車업체 상장
"전기자동차는 휴대폰처럼 흔해질 것이다. " 인터넷 결제 회사 페이팔 최고경영자(CEO) 앨런 머스크는 2003년 전기차 벤처 테슬라모터스(Tesla Motors)를 설립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는 세 가지 꿈이 있다. 인터넷,우주,그리고 청정에너지산업 진출이다. 테슬라는 꿈을 향한 징검다리다. "

새 사업 출범에 축하와 격려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페이팔의 성공에 취해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는 비아냥이 잇따랐다. 주변의 만류에도 머스크는 단호했다. "전기차는 벤처에 더 적합하다"며 되레 지인들에게 투자를 권했다. 당시 그에게는 2년 전 이베이에 페이팔 지분을 팔아 번 종잣돈 15억달러가 있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지난 6월.미국 뉴욕 증권가는 새로운 '스타'의 등장으로 들썩였다. 테슬라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것이다. 자동차 회사가 상장하기는 1956년 포드자동차 이후 54년 만이었다. 주가는 당일 17달러에서 23.89달러로 41% 급등했다. 투자자들은 '자동차의 미래'가 왔다며 환호했다.

◆상류층 공략으로 독자적 이미지 구축


2003년 테슬라의 출발은 화려했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등을 비롯한 정보기술(IT)업계의 유력 인사들로부터 4000만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후였다. 7년간 아직 흑자를 내지 못했다. 상장 전인 지난 2분기에도 385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운 것은 CEO인 머스크였다. 그는 사재 3억달러를 털어넣었다. 동요하던 투자자들은 그의 '진정성'에 다시 베팅하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2008년 초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로드스터'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상장에 성공했다. 로드스터는 기껏해야 200~300대 정도 파는 데 그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출시 이후 지금까지 1300여대가 팔려 나갔다. 도요타 GM 등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카나 시험용 전기차를 만들던 때였음을 감안하면 한발 빠른 성과였다. 주가는 상장 6개월 만에 32달러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시장은 무엇보다 테슬라의 잠재력,미래를 높이 평가했다. JP모건은 올해 1억달러인 테슬라 매출이 2013년 18억달러로 껑충 뛰어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선점 효과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발상의 전환'은 테슬라의 또 다른 힘으로 꼽힌다. 초기 전략인 '럭셔리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로드스터의 미국 판매 가격은 10만9000달러(1억2400만원).수요에 맞춰 생산하다 보니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었다. 머스크는 "싸게 만들기 어렵다면 우선 브랜드 인지도부터 쌓자"며 앞장섰다. 머스크가 직접 발품을 팔았다. 1년여 동안 연예인들을 찾아 다녔다. "당신에게 환경 친화적이라는 이미지를 선사할 것"이라며 설득했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여서 '소장 가치'가 높다는 점도 마케팅 포인트였다. 조지 클루니,아널드 슈워제너거,브래드 피트 등 유명 연예인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로드스터가 '전기차의 페라리'라는 닉네임을 얻은 것도 이 즈음이다. JP모건은 "많이 팔기에 급급해 가격을 낮췄다면 빠른 시간 안에 브랜드를 알리기는 더 어려웠을 것"이라며 "역(逆)발상의 승리"라고 진단했다.

◆아이디어를 기술력으로 제품화


테슬라 모델에 앞선 기존 전기차는 실용성이 떨어졌다. 충전소가 부족했고 전기 저장용량이 작아 장거리 주행이 쉽지 않았다. 배터리 출력도 약해 경사지를 오르지 못하는 등 가속력도 약했다. 골프카트에나 적합하다는 비판이 따라 다녔다. 로드스터는 이런 통념을 깼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제로백'시간은 3.9초.최고 시속 역시 200㎞에 이른다. 제로백 시간이 6~10초인 일반 가솔린 차량은 물론 '최고급 스포츠카인 페라리,포르쉐를 능가하는 사양'(일렉트로 벨로시티)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런 '슈퍼 전기차'의 탄생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작고 효율 높은 'PC용 배터리'를 연결해보자는 한 직원의 제안이 씨앗이 된 것.직경 18㎜,길이 65㎜ 크기의 소형 리튬이온전지 6831개를 병렬 연결한 '테슬라식' 배터리는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왔다. 1회 충전으로 392㎞를 달렸다. 150㎞ 안팎인 기존 전기차의 두 배가 넘는 능력이다. 충전시간도 7시간에서 45분으로 단축됐다.

◆사업 초기에 빛을 내는 네트워킹의 힘


도요타는 지난 5월 테슬라 지분 3%를 5000만달러에 사들였다. 지난 7월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RAV4'의 전기차 모델을 2012년까지 공동 개발하기로 하고 6000만달러를 연구비로 지급했다. 다임러도 테슬라 지분 10%를 2년에 걸쳐 매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메이저 업체들의 가세로 테슬라는 기술과 자금,판매망 등에서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테슬라는 최근 4만9900달러짜리 새 전기차 '모델 S'를 선보였다. 한 번 충전으로 482㎞까지 달리는 보급형 버전이다. 1회 주유로 500㎞ 정도를 달리는 일반 가솔린 차량과 큰 차이가 없는 주행 능력이다. 가격대도 비슷하다. "2~3년간 럭셔리 마케팅을 한 뒤 대중시장을 공략할 것"이란 당초 전략을 그대로 실행에 옮겨나가고 있다. 이미 3000여명이 인터넷을 통해 사전 예약을 마쳤다.

테슬라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투자 파트너인 도요타는 물론 닛산 GM 포드 등 메이저 업체들과 환경 친화적인 미래형 자동차 시장을 놓고 벌여야 할 진짜 '전쟁'이 앞에 있다. 이들 기존 업체는 대부분 2011년까지 양산모델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테슬라식 배터리'의 내구성 검증도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테슬라의 성공은 진행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테슬라에 대한 열광에는 몰락한 자동차 제국을 전기차로 재건하고 싶어하는 미국인들의 바람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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