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의 동일인(그룹을 지배하는 총수)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으로 공식 지정됐다. 2001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 후 21년 만의 변경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공시 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동일인 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정 회장을 현대차그룹 동일인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10월 정 회장의 회장 취임 후 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이 정 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 이에 현대차그룹의 실질적인 지배력이 정 회장에게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매년 5월1일 전까지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동일인을 지정해 발표한다. 동일인은 기업에 대한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로 매년 정확한 지정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있으며 사익편취 규제 등 경제력 집중 제 시책 위반의 최종 책임자가 될 수 있다.

그동안 공정위는 정 회장을 새 동일인으로 지정할 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통상 공정위는 기존 동일인이 사망하거나 의식불명에 빠졌을 때에 한해 동일인을 변경해 왔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버젓이 생존해 있지만 공정위는 정 회장이 '외형적 지배력'과 '실질적 지배력'을 모두 갖췄다는 판단에서 지난달 현대차그룹이 제출한 동일인 변경 요청안을 수용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취임했고,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5.33%), 현대모비스(7.15%) 등 주력회사에 대한 의결권도 넘겨 받았다. 이 밖에 △회장 취임 후 임원 변동 △계열사(현대오트론·현대오토에버·현대엠엔소프트) 합병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결정 등 실질적 지배력 행사로 경영상 변동을 이뤄낸 점도 동일인 지정의 핵심 요소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공정위는 같은 이유로 이날 효성그룹의 동일인도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변경했다.

이날 정 회장의 총수 지정으로 '정의선 체체'가 한층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환 행보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임직원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관련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에는 사재까지 털었다. 지난 2월 개최한 주주총회에서는 UAM 분야에 대한 조언을 위해 항공우주공학 분야 전문가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부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공정위는 이번 동일인 지정에 대해 "인공지능 등 신기술, 신산업의 출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라는 신 경영 패러다임의 대두 등 급변하는 환경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임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