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봉 1억 넘는데…직원들 '공짜 오피스텔' 준 예탁원
6년 전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한국예탁결제원이 여전히 100채가 넘는 '공짜 오피스텔'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예탁원이 정부 지침까지 어겨가며 6년이 넘도록 직원들에게 과도한 주거 혜택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5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이전 공공기관의 숙소·사택 협의 승인 현황' 등에 따르면 예탁원은 현재 102채의 이주직원용 숙소(오피스텔)와 98채의 순환근무자용 사택(아파트) 등 총 200채의 숙소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 400명 중 절반 가량이 예탁원이 제공하는 '공짜 숙소'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 곳에 거주하는 직원은 관리비만 부담하면 월세는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예탁원은 부산 이전 직전인 2014년 3월 직원들의 초기 이주를 지원하기 위해 135억원을 들여 부산 수영구에 있는 직원 숙소용 오피스텔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문제는 이전한지 6년이 지나도록 직원용 숙소 지원을 줄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 공공기관의 숙소 현황을 관리하는 국토부는 이주직원용 숙소 운영 기한을 '한시적'으로 못박고 직원용 숙소의 감축 및 매각을 요구했지만 예탁원은 이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현 102채인 예탁원 이주직원용 숙소를 지난해 11월까지 82채로 줄인 뒤 오는 11월까지 69채, 이후 매각 계획을 세우는 조건으로 숙소 운영을 승인했지만 예탁원은 노동조합의 반대 등으로 아직 감축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 예탁원 관계자는 "노조와 협의해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데 (협의가) 쉽지는 않다"며 "지속적으로 협의는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금융 공공기관이 본사 이전 6년이 지나도록 직원들에게 공짜 숙소를 제공하는 게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예탁원은 주식시장으로부터 4000조원에 이르는 증권을 예탁받아 보관하고 수수료를 받는 공공기관이다. 직원 평균연봉은 지난해 기준 1억1074만원에 달한다. 윤 의원은 "공공기관 방만 경영의 전형적 사례"라며 "3년 전 이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시정하지 않고, 국토부 지침마저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당초 4년 간만 숙소 운영 승인을 해줬다가 공공기관들의 요구에 따라 2년 연장을 허용했고, 여기에 추가 2년 연장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등 공공기관 숙소 지원 기한을 '고무줄'처럼 늘리고 있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안전공사, 근로복지공단, 가스안전공사도 이전 8년이 되는 시점까지 숙소 운영을 승인받았다. 윤 의원은 "이전한 지 6년이 된 공공기관들이 여전히 수백명 규모의 직원 숙소를 운영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직원들의 현지 정착을 유도해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겠다는 정책 방향과도 거꾸로 가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