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기업규제 3법’ 등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기업규제 3법’ 등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기업규제 3법(공정경제 3법)’에 대해 “기업 지배구조를 바꾼다고 공정경제가 이룩되진 않는다”고 일갈했다. 정부·여당이 해당 법안들을 공정경제 3법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법안) 내용과 다른 제목을 다는 건 사기꾼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 법안이 등장한 배경으론 “돈을 벌어본 적도, 세금을 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경제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탓”이라고 비판했다.

“규제 3법, 방향 잘못 잡아”

안 대표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기업규제 3법에 대해 “이 법들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게 아니고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법안”이라며 “(정부·여당이)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엔 기업 계열사 지분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벤처기업가 출신인 안 대표는 ‘공정성장론’을 주장하는 등 대·중소기업 균형과 벤처기업 육성, 기업지배구조 개편 등의 화두를 꾸준히 던져온 인물이다.

그는 정부·여당이 ‘공정경제’란 이름 아래 이들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불공정경제 해결의 핵심은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진정한 자유시장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지배구조를 바꾼다고 시장에서 공정한 경제가 보장되진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왜 기업 지배구조에 집착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현재 한국의 경제구조를 “관치경제와 신자유주의의 최악의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안랩을 경영했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대기업은 관치경제 틀에 묶여 (정부가) 명령하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잡혀가고, 반대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은 대기업으로부터 불공정거래라는 불이익을 받는데 정부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모두 자율성과 창의성을 뺏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또 대기업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구체적 방안으론 공정거래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제시했다.

“정부 정책으로 나라 전체가 고통”

그는 정부·여당이 기업규제 3법을 들고나온 게 “돈을 번 적도 세금을 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본 것”이라고 했다. 해당 정책을 추진했을 때 각 경제주체가 보일 반응이나 부작용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 예로는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정책을 들었다. 그는 “‘월급만 올리면 경제가 살아날 텐데, 집 가진 사람에게 세금만 때리면 집값 떨어질 텐데’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경제라는 ‘복잡계’를 단순하게 보고 (정책을) 하니까 대한민국 전체가 고통”이라고 비판했다.

세금을 ‘벌금’처럼 부과하는 현 정부의 인식부터 잘못됐다고 했다. 그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징벌적으로 세금을 때려 (부동산정책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벌금처럼 부과하면 누가 세금을 내고 싶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문제의 해법은 재개발을 일정 부분 허용하는 등 공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금 선거하면 야당이 진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내년 재·보궐 선거를 ‘따 놓은 당상’이라고 여기는 것 같은데 착각”이라며 “지금 서울시장 선거하면 야당이 진다”고 단언했다. 이유로는 “김종인 위원장이 취임한 지 석 달이 넘었지만 지지율에 변동이 없다”며 “당의 ‘비호감’ 이미지가 너무 커 어떤 메시지를 내도 사람들이 듣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기업규제 3법에 대해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것도 기존 기득권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을 거라고 봤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정경제 3법이라고 이름 붙여버린 탓에 (김 위원장이) 반대하면 또 약자를 등한시하는 이미지를 가질까 우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명시하는 등 중도 행보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방향에 대해선 동의한다”면서도 “당명을 바꾸고 정강·정책을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과거 김 위원장이 민주당을 바꾸려고 들어갔다가 구성원들이 달라지지 않자 실망하고 나온 일도 언급했다. 그는 “그 일로 (김 위원장이)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며 “혼자 일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진정한 야당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고은이/좌동욱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