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꼽히는 용산 한남뉴타운 일대의 모습. 한경DB
서울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꼽히는 용산 한남뉴타운 일대의 모습. 한경DB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재개발사업이 속속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한남3구역이 시공사를 선정한 데 이어 2구역도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재개발 임대아파트 비율이 상향되는 다음달 말 전까지 최대한 인·허가 일정을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이 지난 11일 열린 서울시 건축위원회에서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건축심의는 사업시행계획인가의 사전 절차다. 아파트 설계 등에 대한 부분이 이 과정에서 결정된다.

[집코노미] 한남2구역 '속도전'…"임대비율 상향 피하자"
한남2구역은 지난달 건축심의안을 제출했지만 임대주택과 경사지를 고려한 저층부 계획 등에 대한 보완 요구를 받았다. 이달엔 이 같은 내용을 개선해 심의를 통과하게 됐다. 인근 한남3구역이 건축심의에서만 7번 미끄러진 것과 대조적이다. 조합 관계자는 “소형 임대주택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개선 사항을 반영해 통과됐다”며 “다음달 안에 사업시행계획인가 접수를 마칠 수 있도록 정비업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이 인·허가 속도를 높이려는 건 의무임대 비율 때문이다. 재개발구역의 경우 전체 주택의 최대 20% 수준에서 임대아파트를 짓는 게 의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다음달 23일부터는 이 비율이 30%로 오른다. 이때까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용산구청에 신청하지 못하면 상향된 임대비율을 적용받는다.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은 보광동 272 일대 11만5000㎡ 땅에 새 아파트 1537가구를 짓는 프로젝트다. 재개발사업의 밑그림인 정비계획에서 임대아파트는 239가구로 계획됐다. 전체 가구수의 15.5%다.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이 다음달 23일 이후로 늦어질 경우 임대 비율은 20% 안팎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일반분양분이 그만큼 줄어들어 조합원들의 수익도 감소한다.

건축심의 후 한 달여 만에 인허가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분위기는 낙관적이다. 보광동 A공인 관계자는 “용산구청도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기조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다음달 말께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업시행계획인가의 인·허가권은 서울시가 아닌 구청이 쥐고 있다”며 “이 단계에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남2구역에 연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으면 내년께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인근 한남3구역은 현대건설을 시공사를 선정했다.연접한 이들 구역의 재개발사업이 비슷한 시기 마무리될 경우 강북 부촌 지형도가 바뀔 전망이다. 조합은 2022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인허가 일정 지연으로 임대주택 비율이 상향될 경우 사업 추진 동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 경우엔 선행 인허가도 다시 진행해야 한다. 분양이나 임대 가구수는 정비계획 단계에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준비하다가 다시 사업 첫 단계로 돌아가 정비계획 변경부터 서울시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다만 서울시는 상향된 임대비율을 일괄 30%로 적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을 포기하는 재개발구역이 늘어나면 장기적인 주택공급 부족을 불러올 수 있다”며 “구역별 여건에 맞춰 비율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