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금(金)이 그야말로 '금 값'이다. 금 가격이 하루가 멀다하고 사상 최고치로 뛰면서 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전망과 자본시장이 불안해지자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일반인들까지 '금테크'에 적극 나선다. 상반기 주식 열풍 속 동학개미가 있었다면 이젠 황금개미의 시대라는 말도 나온다. 우리 주변 골드러시, 황금개미의 모습을 한경닷컴 인턴기자 이지민 신현아 전명석 3인방과 함께 들여다봤다.
서울 종로3가역 인근 한 금은방에 진열돼 있는 귀금속과 골드바 모습. 사진 = 한경닷컴 신현아 인턴기자
서울 종로3가역 인근 한 금은방에 진열돼 있는 귀금속과 골드바 모습. 사진 = 한경닷컴 신현아 인턴기자
"파리 날리죠. 사람 하나 없잖아요. 요새는 점포 세 내기도 바빠요"
지난 7일 오후 기자가 방문한 서울 종로 일대 귀금속 거리는 한산했다. 단일 매장은 물론 20여개 점포들이 입점한 대형 귀금속 매장 모두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형 매장의 경우 평균 1~2팀 정도가 전부였다. 커플링을 장만하려는 20대 커플, 돌반지나 액세서리를 구경하러 온 50~60대 중장년층이 주를 이뤘다.
지난 7일 방문한 서울 종로3가 귀금속 매장. 손님이 없어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 한경닷컴 신현아 인턴기자
지난 7일 방문한 서울 종로3가 귀금속 매장. 손님이 없어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 한경닷컴 신현아 인턴기자

"매출 반토막...오늘도 손님은 3팀 뿐"

종로 금은방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10년 넘게 종로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면서 점포세도 내기 힘들었던 적은 없었는데, 요새는 너무 힘들다"면서 "매출 규모가 반토막이 났다"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치솟는 금값에 금을 팔려는 문의가 늘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떨어질 것을 우려해 팔러 오는 사람은 있다"면서도 "현재 정해진 시세 자체가 높기 때문에 사실상 남는 건 얼마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매장 관계자 B씨는 실제 거래하는 고객은 드물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오늘만 해도 별 문의 전화가 없고 매장에 방문한 손님도 3팀 뿐"이라며 "손님들이 찾아와도 대부분 시세 정도 묻고, 매수나 매도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매수자들은 금 값이 한돈에 30만원 선을 넘어서면서 가격 부담을 느끼고, 매도자들은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선뜻 매도를 결정하지 못하는 눈치"라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 귀금속거리 매장. 사진=신현아 인턴기자
서울 종로 귀금속거리 매장. 사진=신현아 인턴기자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금 거래량이 늘고 있지만 종로 귀금속 거리는 수혜를 보지 못하는 모양새다. 사람들이 금을 '투자' 개념으로 인식하면서 장신구, 기념품보다 재판매하기 좋은 '골드바' 형태로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바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금은방보다는 한국금거래소 등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같은 날 한국금거래소 관계자에 문의한 결과 "금값이 오르면서 거래량이 늘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금은방에서도 골드바 거래가 가능하다. 기자가 방문한 종로 금은방 5곳 모두 골드바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매장 관계자들은 "골드바 거래 목적으로 금은방을 방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간혹 집에 보관하고 있던 돌반지, 24K 귀걸이 등의 액세사리를 팔고, 순금이나 골드바로 재구매하는 사례는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금 가격이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장중 급등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본점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 가격이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장중 급등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본점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값이 고공행진하면서 금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재테크 수단으로 꼽힌다. 30년 째 종로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C씨는 "인건비 등이 포함된 금의 생산 원가는 매년 오르고 있다"며 "금은 사실상 그 가치가 변하지 않아서 갖고만 있어도 오르는 유일한 투자 수단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주로 자산을 부동산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출 규제 등 관련 정책 영향으로 부동산에 투자가 어려워지자 대체제로 주식을 찾았다. 그런데 주식 마저도 리스크가 큰 투자 수단이다 보니 최근 금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승 흐름이 둔화될 수는 있겠지만 금은 향후 2~3년간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미국 월가에서는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에 김 연구원은 "거침없는 금값 상승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대체제로 은에 투자하는 흐름"이라며 "달러, 은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잘 분산해서 투자하면 괜찮을 거라 본다"고 조언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 신현아 한경닷컴 인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