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코로나19 사태로 가동을 멈췄던 현대차 전주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로 가동을 멈췄던 현대차 전주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 경제의 중추인 제조업을 덮쳤다. 지난달 제조업 생산·가동·출하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11년4개월만에 최악 수준으로 추락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0년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은 전월대비 6.4% 줄었다.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도 6.0% 하락했다. 둘 다 2008년12월 이후 최대 폭 감소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산업활동동향 발표와 관련해 "서비스업에서 시작된 위기가 제조업으로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자동차 동반 추락

우리 경제를 이끄는 대표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생산이 급감했다. 반도체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감소하면서 전월 대비 15.6% 생산이 감소했다. 11년4개월 전 -16.9%를 기록한 후 최대 폭 감소다. 자동차 생산은 해외 판매수요 위축으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줄어든 여파로 13.4% 줄었다.

김용범 차관은 이날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에서 "4월 산업활동동향에 위기의 심각성이 드러났다"며 "코로나19가 혁신성장 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충격 이후 상상도 못했던 수치를 마주하고 있다"고도 했다.

제조업 가동률은 68.6%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5.7%포인트 떨어졌다. 하락 폭은 11년4개월만에 최대이며, 가동률 수준은 2009년 2월 66.8% 이후 11년 2개월만에 최저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생산과 공장 가동이 줄면서 제조업 출하도 7.2% 감소했다. 역시 11년4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재고가 늘면서 재고 대비 출하 비율을 뜻하는 재고율은 119.1%를 기록했다. 올해 2월 119.2%에 이어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119%대의 재고율은 외환위기 때였던 1998년 9월(122.9%) 이후 최대 수준이다.

○업계, "유동성 공급 필요해"

투자 부문에선 건설이 직격탄을 맞았다. 건설기성과 건설수주가 동반 하락했다. 특히 건설수주는 건축과 토목이 모두 줄어 전년 동월 대비 44.9%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하며 3개월째 증가했지만 2월 16.0%, 3월 10.1%에 비해 증가세가 꺾였다.

이날 자동차산업협회와 반도체산업협회 등 26개 기관이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제3차 산업발전포럼'을 열고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투자를 늘려야한다는 주장을 한 것도 산업 전반이 큰 위기를 겪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전자통신 50조원, 자동차 32조8000억원, 기계 15조5000억원, 석유화학 2조4000억원, 섬유 4조6000억원 등 5개 업종에서만 105조3000억원의 유동성 애로가 있다"며 "업종별 특별보증규모를 확대하고, 금융사각지대에 놓인 해외현지법인을 위한 특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서비스업·소매판매 늘었지만 회복은 아직

서비스업 생산은 전달에 비해 0.5% 증가했다. 숙박음식점, 교육 등 3월에 큰 폭으로 감소했던 업종의 기저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6.1% 줄어들어 서비스업 생산이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포함한 전 산업 생산은 2.5% 감소했다.

소매판매도 전월대비 5.3% 증가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20.0%), 승용차 등 내구재(4.1%), 화장품 등 비내구재(1.6%) 판매가 모두 늘었다. 하지만 통계청은 이 역시 2018년 2월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외환위기 이후 22년1개월만에 최저치다. 통계청은 취업자 수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경제심리지수, 코스피 등이 감소해 전월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동향심의관은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는 5월 이후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등 정책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제조업 부문 영향은 해외의 코로나19 확산 등 불확실성이 높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