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정부 규제안이 처음 제정된다. 플랫폼 기업이 최근 빠르게 성장하며 다른 업종을 잠식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과도한 규제는 신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심사하는 데 필요한 지침을 내년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25일 발표했다. 지난 22일엔 ‘온라인 플랫폼 분야 법집행기준 마련 민관합동 특별팀(TF)’을 구성하고 1차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TF는 시장지배력과 경쟁 제한을 판단하는 기준, 시장을 어떻게 획정할지 등 향후 논의과제를 정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네이버와 같은 포털, 카카오 등 메신저, 쿠팡 등 인터넷상거래업체, 배달의민족을 비롯한 온라인배달업체 등을 가리킨다. 공정위는 이 같은 플랫폼 운영 과정에서 일부 불공정 행위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액이 2018년 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플랫폼 이용이 크게 늘었지만 관련 법 집행 기준 정비가 미비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플랫폼 경제와 이 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이유”라고 말했다.
네이버·카카오·배민 겨냥…'플랫폼 규제' 가이드라인 만든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은 지난해 네이버를 통한 온라인 거래가 국내 최대 온라인상거래업체 쿠팡을 뛰어넘었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달 내놨다. 네이버 결제금액이 20조9249억원으로 쿠팡(17조원) 대비 4조원 가까이 많았다는 것이다. 물건 구매를 위해 포털을 찾는 사용자가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가운데 결제수단(네이버페이)까지 장악하며 전문 전자상거래업체를 넘어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카카오 규제안'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구성한 ‘온라인 플랫폼 분야 법집행 기준 마련 민관합동 특별팀(TF)’은 이처럼 플랫폼 사업자가 경쟁 우위를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지침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포털 사업자가 검색 결과에서 자체 서비스를 경쟁업체보다 눈에 띄기 쉽게 배치하는 ‘자사우대’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불이익을 주는 ‘멀티호밍 차단’, 상품 판매자들이 자사 플랫폼에 더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도록 하는 ‘최혜국대우 요구’ 등과 관련해 TF에서 구체적인 규제 지침을 마련한다.

두 개의 시장을 연결하는 플랫폼산업 특유의 구조에 대해서도 이번에 규제 기준을 마련한다. 지금까지 공정거래법은 단일 시장에 대해서만 독점 사업자인지,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지 등을 판단했다. 하지만 대부분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 내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이들에겐 수수료를 받으면서 상품을 구매하는 이들은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구매자들은 플랫폼에 돈을 지급하지 않는 만큼 시장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많은 고객을 확보한 배달의민족이 음식점의 이용 수수료를 인상한 것을 공정위가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판단하기 힘든 이유다.

플랫폼업계는 이 같은 기준 마련에는 공감한다는 반응이다. 스타트업 연합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시장의 룰 자체가 제대로 없는 만큼 공정 경쟁을 위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수 포털업체 관계자들도 “시장 규정이 어려워 플랫폼 사업자는 공정거래법 적용에서 비켜나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새로 나오는 심사 기준이 국내 업체를 중심으로 적용되며 역차별로 이어지거나 후발 업체의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공정위 공무원과 학계를 중심으로 TF가 구성되면서 정작 플랫폼 사업자 등은 전혀 참여하지 못했다”며 “플랫폼 사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규제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TF는 논의의 틀을 제공하는 것으로 업계의 요구는 심포지엄과 용역조사 등을 통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김주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