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이 벼랑 끝에 몰리면서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을 둘러싼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 주인이 될 예정이던 HDC현대산업개발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인수를 철회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설(說)까지 돌고 있다. HDC현산과 산업은행은 “M&A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한 가운데 ‘막후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주식 61.5%를 취득하는 계약을 맺었다. 컨소시엄 파트너인 미래에셋대우와 2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계약금 2500억원까지 납부했다. 당초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4665억원을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아시아나항공이 돌연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일정을 ‘계약서상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부터 10일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이라고 변경했다.

특정 날짜를 확정하지 않고 연기 가능성을 열어두자 인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업계 안팎에선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던 HDC현산 측 반응이 ‘예정대로 진행’ 등 원론적 입장으로 묘하게 달라지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HDC현산은 공식적으론 “앞서 공시한 주식 취득 예정일자인 ‘4월 30일’을 목표로 절차를 추진 중”이란 입장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계기로 건설·항공·유통 등을 아우르는 ‘종합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중순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HDC현산이 어떤 방식의 인수 조건 변경안을 내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은도 “매각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원칙은 변함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에서 받아야 할 채권 상환(9000억원)을 미뤄주거나 영구채(5000억원)를 출자전환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산은은 “너무 앞서간 추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측의 협상이 여의치 않더라도 금융당국의 ‘교통정리’ 아래 인수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주주의 희생과 자구노력을 전제로 산은이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항공업 상황의 심각성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며 “정책금융기관 등과 다각적·종합적 대안을 논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정부는 최근 HDC현산이 신청한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신고를 승인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마무리하려면 HDC현산은 미국 러시아 등 해외 5개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연수/임현우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