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젠텍 연구원이 시약 실험을 하고 있다. /수젠텍 제공
수젠텍 연구원이 시약 실험을 하고 있다. /수젠텍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데 쓰이는 진단키트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진단키트업체 가운데 생산량을 두 달 새 15배로 끌어올린 곳도 나왔다. 진단키트는 마진율이 높아 이들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최대 50%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생산량 15배 늘리기도

씨젠은 지난 2월 2만 개, 지난달 5만 개가량이던 코로나19 진단키트 하루 생산량을 이달 들어 20만 개로 늘렸다. 다음달엔 하루 30만 개로 생산량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당초 증권가에선 이달 씨젠의 진단키트 하루 생산량을 7만 개 내외로 전망했다. 이 전망치보다 네 배 이상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씨젠 관계자는 “이미 45개국에 진단키트를 수출하고 있다”며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도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단키트는 종합효소연쇄반응(RT-PCR) 방식과 항원항체 방식 두 가지가 있다. RT-PCR 방식 진단키트는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6시간가량이 걸리지만 정확도가 높아 항원항체 방식보다 50%가량 더 비싼 편이다. 업계에선 RT-PCR 방식 진단키트의 테스트 개당 단가를 1만원으로 보고 있다. 씨젠이 내놓은 RT-PCR 방식 진단키트를 이달 하루 20만 개, 오는 5월과 6월에 하루 30만 개를 생산하면 올 2분기에 코로나19 진단키트로만 1600억원의 매출이 나오는 셈이다. 지난해 매출(1219억원)을 한 분기 만에 뛰어넘게 된다.

수젠텍 연구원이 시약 실험을 하고 있다. 수젠텍 제공
수젠텍 연구원이 시약 실험을 하고 있다. 수젠텍 제공
다른 진단키트 업체도 매출 급증이 전망된다. 지난해 매출 61억원을 올린 솔젠트는 이달 들어 진단키트를 하루 6만 개씩 생산하고 있다. 개당 1만원에 진단키트를 팔아도 월매출이 12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두 배다. 수젠텍은 현재 주당 10만 개를 생산하고 있지만 이달 말 50만 개, 다음달 150만 개로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8일 기준 국내에서만 19개 업체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업체의 진단키트 수출액은 4865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수출액인 2210만달러에 비해 120% 늘었다.

“영업이익률 40% 나올 것”

증권가에선 진단키트 업체들의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이 40% 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 국가와 업체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진단키트는 판매가에서 통상 80~90% 이윤이 남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판관비 등을 고려하면 진단키트 업체들의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은 30~5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물량 경쟁이 심해지면서 하반기에는 실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씨젠 등 생산량 상위 5개 업체가 하루 생산하는 물량만 53만여 개에 이른다. 미국 코로나19 확진자 누적치인 40만여 명을 모두 진단하고도 남는 물량이다. 한 진단키트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만 생산 가능한 진단키트 물량이 하루 100만 개에 육박할 것”이라며 “3분기부터는 해외 업체들도 진단키트 제작에 나서면서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주현/김우섭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