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1년을 맞아 연내 5G 단독방식(SA)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네트워크 투자 규모도 상반기 2조7000억원에서 4조원 수준으로 앞당겨 집행하기로 했다. 실내 기지국도 2000여 곳에 새로 설치한다.

정작 사업을 해야 하는 통신사들은 ‘속앓이’ 중이다. 5G 가입자가 생각만큼 늘지 않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네트워크 설치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요구하는 28기가헤르츠(㎓) 대역망 구축은 올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5G 단독망' 연내 상용화…통신사, 투자 부담에 속앓이
상반기 네트워크 투자 2.7조→4조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온나라 PC 영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제3차 범부처 민관합동 5G플러스 전략위원회를 열었다. 작년 4월 3일 5G 서비스를 상용화한 지 1년 만에 가입자가 577만 명을 넘고 기지국 11만5000곳을 구축하는 등 5G가 빠르게 확대됐다는 게 정부 평가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통신사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상반기 망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영세사업자·소상공인에게 42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지하철, 공항, 백화점 등 2000여 곳에 5G 실내 기지국을 설치해 커버리지도 늘리기로 했다. 연내 5G 단독방식 서비스 상용화와 28㎓ 대역망 구축도 목표로 잡았다.

정부도 올해 6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네트워크, 스마트폰 부품, 정보보안, 실감 콘텐츠 등 전략산업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상황을 5G플러스 전략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민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5G 가입자 증가 LTE 때보다 느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날 회의에 참석해 5G 활성화를 위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5G 네트워크 투자 조기 집행 등은 지난달 최 장관과 3사 CEO의 긴급 간담회에서 상당수 결정된 내용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민관이 ‘통 큰 결정’을 내린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는 물론 5G 가입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에서 정부의 투자 요청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통신사들의 속내다.

5G 가입자는 지난 2일 기준 약 577만 명에 이른다. 2011년 7월 개통한 LTE가 1년 만에 700만 명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과다. 가입자 증가 속도도 문제다. 초기 상승 곡선은 5G가 더 가팔랐다. 첫 6개월간 5G 가입자는 346만 명으로 LTE(119만 명)보다 세 배가량 많았다. 그 뒤로 LTE가 매달 80만~100만 명을 끌어들인 반면 5G 가입자는 6개월째부터 30만~40만 명씩 늘어나는 데 그치고 있다.

“추가 투자보다 서비스 안정화 급선무”

지난해 개통한 5G 서비스는 LTE와 5G 장비를 혼용하는 비단독방식(NSA)이다. 연내 5G 장비만을 쓰는 단독방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지연속도 감소와 데이터 처리 효율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28㎓ 대역 네트워크 구축은 연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28㎓ 주파수는 현재 사용 중인 3.5㎓보다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폭이 넓다. 더 빠른 속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직진성이 강한 고대역 주파수 특성상 지금보다 더 촘촘하게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통신사들은 서비스를 안정화하는 게 더 급하다는 판단이다. 5G가 소비자들에게 아직까지 별다른 차별점을 보이지 못한 상황에서 다음 단계를 진행하는 게 만만찮다는 얘기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아직 5G가 안 터진다고 말하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새로운 대역 망을 구축하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며 “코로나19로 현장에서 구축 작업을 하기 어려워 투자 조기 집행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