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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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500만원 수준의 완성차 공장을 지어 신규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사업의 한 축인 노동계가 무리한 요구를 이어가다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고, 사업 주체인 광주광역시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급기야 사업을 실행할 법인인 광주글로벌모터스는 8일 긴급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을 계속할지 등을 검토했다.

“이럴 바엔 사업 접자” 분노한 주주들

"노조가 경로를 벗어났습니다"…車가 산으로 가는 '광주형 일자리'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이날 주총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노동계의 협약 파기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오는 29일까지 협약 이행 등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사업 진행 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한 주총을 다시 열 것”이라고 발표했다.

주주들은 이날 주총에서 “노동계의 횡포가 지나치다”고 성토했다. 일부 주주는 “이럴 바엔 사업을 접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1대 주주인 광주그린카진흥원(광주시 산하기관)은 노동계를 안고 가자고 제안했지만, 다른 대다수 주주는 “당초 합의한 협약을 흔들면서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사업을 무기한 중단하거나 공장 건설을 당분간 멈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투자협약을 체결한 지 약 1년 만에 사업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것은 노동계의 거듭되는 ‘몽니’ 때문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광주지역본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동이사제 도입 △현대자동차 추천 이사 해임 △경영진 연봉, 직원 평균 임금의 두 배 이내로 조정 △협력업체 및 지역사회와의 상생 등을 요구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하자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지난 2일 이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주총에선 노동계의 요구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주주 간 협약으로 이사회 구성안이 확정된 이후에 노동이사를 투입하라는 건 기존 협약의 효력을 무력화하자는 주장과 다름없고, 이사 해임 문제는 이사회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노동계가 회사 임원 연봉을 문제 삼는 건 결국 근로자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로 이어지는데, 이미 근로자 임금은 투자협약서에 연 3500만원으로 명시됐기 때문에 이를 바꿀 수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글로벌모터스 관계자는 “노동계가 노동이사제를 통해 회사 경영에 개입하고 궁극적으로 근로자 임금을 올리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며 “이를 수용하면 임금을 낮춰 기업 경쟁력을 확보해 고용을 늘리자는 ‘사회적 일자리 모델’의 취지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임금 인상, 노동이사제 등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몽니’로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왼쪽 사진은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지난 2일  광주시청 앞 광장에서 불참을 선언하는 모습. 오른쪽은 광주 빛그린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 공장.  /한경DB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임금 인상, 노동이사제 등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몽니’로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왼쪽 사진은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지난 2일 광주시청 앞 광장에서 불참을 선언하는 모습. 오른쪽은 광주 빛그린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 공장. /한경DB
우왕좌왕 광주시도 문제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무리한 주장을 이어가면 24년 만에 국내 완성차 공장이 들어설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에 완성차 공장이 설립된 건 1997년(한국GM 군산공장)이 마지막이다. 노동계는 2018~2019년 광주형 일자리 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을 때부터 무리한 주장을 반복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향한다는 조항과 매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한다는 조항을 포함시키자고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이 조항을 협약서에 넣으면 근로자 임금이 현대차 수준(지난해 평균 연봉 9600만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자 뒤늦게 이를 철회했다.

노동계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광주시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시는 협약서를 쓸 때부터 노동계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하자고 주장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자동차산업 관련 일자리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동계의 몽니로 간접고용을 포함, 약 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 무산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꼬집었다.

도병욱/광주=임동률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