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틀 전 발언이 무색하게도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세로 돌아섰다.

7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사망자가 1970명 늘어 하루 사망자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내 진앙지인 뉴욕주에서만 731명의 사망자가 추가되며 최고치를 찍었다. 뉴욕주의 하루 사망자는 지난 4일 630명에서 5일 594명, 6일 599명으로 하향세를 보이다 다시 늘어났다. 미국 내 누적 사망자 수는 1만2841명이다. 누적 확진자 수는 40만 명에 달해 유럽 3개국(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을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영안실 부족 사태에 직면한 뉴욕주는 냉동시설을 갖춘 농장 건물을 영안실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날 워싱턴 의과대학의 보건계량분석평가연구소(IHME)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벽하게 시행된다는 가정 아래 오는 8월 4일까지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8만1766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IHME는 미국 사망자가 이달 16일 3130명가량 나오며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IHME는 유럽 전체에서 8월 4일까지 15만1680명이 사망하고, 이 중 영국의 예상 사망자 수는 6만6314명으로 유럽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경제 전망도 더 어두워지고 있다. 이날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은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경기가 급속히 반등할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며 “올 2분기에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30%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는 “경기 침체가 급격하게 진행되겠지만, 회복 역시 빠를 것”이라며 V자 반등을 기대했다. 버냉키 전 의장이 2주일 만에 전망을 수정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버냉키 전 의장은 세미나에서 “전 세계의 경제 활동이 중단되면서 실물 경기가 위축됐고, 실업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상황이 더 악화될지 여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할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경제 활동이 빠르게 회복되기 어렵다고 봤다. 또 미국의 재정·통화정책에는 좋은 점수를 줬으며, 1929년 발생해 12년 동안 지속된 대공황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6일 재닛 옐런 전 Fed 의장도 인터뷰에서 미국의 2분기 GDP가 30% 이상 줄어들고, 실업률은 12~13%까지 급등할 거란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재무장관으로 구성된 유로그룹은 8일 오전까지 16시간에 걸친 밤샘 마라톤 회의를 열었으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 부양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날 마리오 센테노 유로그룹 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합의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아직 확정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회의는 9일 재개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회의에서 논의된 경기 부양책 규모는 5000억유로(약 662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