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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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올해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공기청정기·의류관리기 등 신(新)가전과 프리미엄 TV 판매 호조에 힘입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다만 북미를 비롯해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LG전자로선 전월부터 코로나19가 주요 시장을 덮치는 등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으로 접어든 2분기부터가 걱정거리다.

LG전자는 1분기(1~3월) 매출 14조7298억원, 영업이익 1조904억원의 잠정 실적(연결기준)을 올렸다고 7일 공시했다. 호실적을 냈던 전년 동기보다도 수익이 크게 늘었다.

영업익은 전년 동기(9006억원)보다 21.1% 상승하며 증권업계에서 내놓은 영업익 전망치(8474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전 분기(1018억원)보다도 증가해 LG전자는 올해도 '상고하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14조9151억원)보다 소폭(1.2%) 줄었다. 전 분기(16조610억원)보다도 8.3% 감소했지만,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확실한 대외환경을 감안하면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는 평가다.

이날 잠정 실적 발표에서 사업부문별 성적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가전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 부문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봤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1분기 H&A 사업부 영업익은 7340억원으로 전망돼 전년(7280억원)보다 소폭 상승했다.

H&A 부문은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 확대와 원자재 가격하락 등으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판매 및 렌털 사업이 성장하고 신성장 가전 판매량이 늘었던 것도 긍정적이었다. 특히 코로나19, 미세먼지 등으로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의류관리기, 식기세척기 등 위생가전이 예상외로 '특수'를 누렸다는 분석이다.

LG전자에 따르면 지난달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 월 판매량은 모델별로 전년 대비 30~50% 뛰었다. LG전자가 의류관리기 시장에 뛰어든 이래 최대 수치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LG전자 위생가전 판매가 견조한 가운데, 특히 신성장 가전의 경우 주력 시장인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며 판매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TV 사업은 경쟁심화 속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TV 세트업체의 생산차질로 단기 반사 수혜를 입었다. 신모델 효과, 프리미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 영업익은 3310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3470억원) 보다는 소폭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HE부문의 경우 OLED TV 중에서도 마진이 큰 대형 비중이 확대됐고,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경쟁 완화로 마케팅 비용이 감소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LG이노텍이 애플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 공급 증가와 우호적 환율 효과로 인해 올해 흑자전환해 실적에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와 자동차부품솔루션(VS) 부문은 적자를 이어갔을 것으로 전망된다.

MC 사업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물량 생산 차질과 함께 전반적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로 올 1분기까지 20분기 연속 적자가 점쳐진다. 권성률 DB증권 연구원은 "LG 스마트폰 사업은 올 1분기 신모델 출시 지연과 판매량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2000억원 중반대의 영업적자를 봤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VS사업부는 300억원 가량 영업손실을 봤을 것으로 점쳐진다. 단 내연기관향 부품 수요가 증가했다는 건 긍정적인 대목이다.

이처럼 LG전자는 코로나19 확산세에도 호실적을 거뒀지만 문제는 2분기 이후 코로나19 진행상황이다. 1분기 수요 부진은 대부분 중국발이었는데 LG전자는 전반적으로 중국 판매량 비중이 미미한 편이다.

반면 LG전자의 북미·유럽 매출 비중은 사업부문별로 30~70% 수준에 달한다. 올해 TV에 힘을 준 LG전자로선 코로나19 여파로 도쿄올림픽이 취소되는 등 주요 스포츠 이벤트가 연기돼 '특수'가 사라진 것도 아쉬운 대목.

최근 인도 미국 러시아 등 현지 생산공장이 일시폐쇄(셧다운) 됐고, 수출길 봉쇄 등의 코로나19 여파가 이달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트 판매 둔화가 우려돼 2분기에는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안정화될 하반기 이후부터는 수요회복에 따른 기저효과로 HE와 H&A 부문을 필두로 실적 호전이 예견된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LG전자는 가전과 TV 사업에서 제품군 확대, 프리미엄화, 렌털 비즈니스 강화 등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