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16일 오전 출근을 위해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건물로 향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발길을 돌렸다. /사진=연합뉴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16일 오전 출근을 위해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건물로 향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발길을 돌렸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공식 임명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 출근이 15일째 무산됐다. 2013년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의 14일 출근 저지 기록을 넘어서는 금융권 통틀어 역대 최장 기록이다.

윤 행장은 17일 을지로 본점 출근 대신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0년 여성경제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업인들에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내외부 양성평등에도 관심 기울이겠다"고 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날 오전 조합원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본점 1층에서 출근 저지 투쟁 집회를 열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불명예스러운 금융권 역대 최장 출근 저지 기록이 연출됐다"면서 "정부와 여당의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윤 행장은 16일 오전 본점 출근을 시도했지만 노조의 투쟁에 막혀 발길을 돌렸다. 노조는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표시로 '×'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침묵한 채 성명서만 읽었다. 거듭된 대화 요청에도 노조가 거부 의사를 드러내면서 윤 행장은 2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노조는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언제든지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갈등의 책임이 윤 행장이 아닌 청와대와 여당에 있는 만큼 청와대와 야당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형선 위원장은 "대화를 거부하는 게 아닌 제대로 된 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 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임직원 휴직과 복직이 늦어지고 있다는 판단 하에 16일 출산·육아 등의 사유로 휴직과 복직이 예정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사발령을 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 수위가 낮아지는 만큼 조만간 출구를 위한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적극 나서 갈등 봉합에 나서야 할 것"이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