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이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에 당초 예상보다 3000억원이나 많은 8000억원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업 성공 방정식’을 따라가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미래에셋이 과감한 베팅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에 5000억 묻고 3000억 추가"…미래에셋의 베팅, 왜?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내년 1월 15일 보통주와 전환우선주 등 약 43만 주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새로 발행해 8000억원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할 예정이다. 신주 물량은 미래에셋대우를 주축으로 미래에셋캐피탈·생명·펀드서비스 등 미래에셋 계열사가 전량 인수한다. 국내 테크핀(금융기술) 기업이 유치한 투자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투자액이 지난 7월 투자 발표 때(5000억원)보다 대폭 늘어난 배경에 대해 미래에셋 측은 “네이버파이낸셜의 핵심 플랫폼인 네이버페이의 잠재력과 향후 금융업으로의 확장성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2015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페이는 현재 가입자 수가 3000만 명이 넘는 국내 최대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네이버페이 강점으로 결제의 편리함을 꼽는다. 네이버페이는 전자상거래, 결제, 포인트 적립 등의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스마트폰 사용자 중 상당수가 자동으로 로그인된 상태로 네이버를 이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 플랫폼에 사용자를 지속적으로 묶어두는 ‘록인 효과’가 뛰어나다.

인터넷쇼핑 거래에서 쌓인 빅데이터 역시 카카오페이 등 다른 간편결제 플랫폼과 차별화된 요소로 꼽힌다. 네이버페이는 지난 3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해 4조원을 넘어섰다.

그만큼 방대한 구매·판매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는 의미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은 빅데이터 분석 등 기술을 활용해 인터넷쇼핑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더욱 쉽고 다양한 금융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내년 상반기 금융사 제휴 통장을 출시하고 주식·보험 등 상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이런 테크핀 사업모델은 알리바바가 2014년 설립한 금융사업 자회사 앤트파이낸셜 성공을 통해 효과가 입증됐다는 평가다. 앤트파이낸셜은 알리바바의 간편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를 기반으로 자산관리와 대출, 보험, 개인 신용평가 등 다양한 금융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가 1500억달러(약 176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최대 금융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부상했다.

미래에셋은 최종 투자액 결정과정에서 알리바바의 금융업 진출 성공사례를 면밀히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페이가 지닌 잠재력과 미래에셋의 금융노하우를 결합하면 금융업 판도를 충분히 뒤흔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본궤도에 오르면 기존 테크핀 업체나 금융회사를 제치고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나갈 것”이라며 “국내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