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는 지난해 영업이익(1915억원)을 16.7% 늘리는 등 탁월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하지만 올 6월 발표된 ‘2018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D등급을 받았다. ‘사회적 기여가 부족했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한국전력 인천항만공사 등은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는데도 등급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이처럼 6월 발표된 평가에서 경영실적과 상반된 결과가 유독 많은 이유는 정부가 공기업 평가에서 ‘사회적 가치’ 배점 비중을 종전보다 50% 이상 높였기 때문이다. 공기업에 대한 배점은 19점에서 30점으로, 준정부기관은 20점에서 28점으로 높였다. 여기에 일자리 창출·에너지 전환정책 등 정부 정책기조를 잘 따르면 좋은 점수를 줬다.평가 결과가 공공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등급이 낮을수록 성과급이 깎이는 건 물론 기관장까지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해임되기도 한다. 공기업 사이에서 “재무구조 개선보다 정부 시책에 앞장서서 ‘총대’를 메라고 정부가 공언한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정부가 지난달 9일 발표한 ‘공공기관 모범거래 모델’도 공기업의 수익성보다 정책목표를 우선시하는 정책이다. 공공조달 입찰 시 평가 기준에 최저가가 아니라 평균 가격을 적용하는 게 골자다. ‘덤핑’을 막자는 취지라지만 전문가들은 “정당한 경쟁을 막고 공기업의 비용 부담을 늘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공기업도 엄연한 기업이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 이전에 실적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며 “공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도 기업이 지속 가능할 때 유효한 것”이라고 말했다.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조정장에서 통상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통신 및 전력·에너지주들이 힘을 못 쓰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대외악재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이들의 방어매력이 극도로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2분기 실적 발표가 끝나는 대로 이들 업종이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방어주가 코스피보다 부진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텔레콤은 500원(0.20%) 오른 24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T는 전날과 같은 27만550원, LG유플러스는 150원(1.17%) 상승한 1만3000원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 SK텔레콤(-4.82%), KT(-2.82%), LG유플러스(-10.34%) 등 통신주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31% 떨어진 것과 비교해보면 방어주로서 역할을 못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전력·에너지주들도 부진했다. 이날 한국전력은 350원(1.25%) 떨어진 2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전력은 올 들어 16.61% 하락했다. 한전KPS와 한국가스공사도 올해 각각 6.17%, 11.92% 조정을 받았다.상반기 실적이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한 3199억원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 선점을 위한 경쟁이 심해지며 마케팅 비용이 1분기 대비 5.1% 늘어난 7153억원에 달했을 것”이라며 “이동전화 수익 감소세도 2분기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전력·에너지주들은 원재료 비용 증가가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전력은 2분기에 569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원유 석탄 등 발전원가가 오르면서 전력도매가격(SMP)이 상승한 탓이 컸다.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요금 인하 압력도 악재로 작용했다. 한국가스공사도 2분기에 395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8일 이전까지 가스 도매요금이 규제로 묶여 있었던 게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하반기 실적개선 본격화”증권업계에선 이들 업종이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하반기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텔레콤은 통신업종에서 최선호주(톱픽)로 꼽힌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실적에 주파수상각비용 300억원이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늘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3분기엔 영업비용 증가폭이 전 분기에 비해 작아 영업이익이 더 뚜렷하게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LG유플러스는 5G 가입자 점유율을 30%까지 확보하면서 하반기 무선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ARPU 증가는 통신주 실적 회복의 핵심요소로 꼽힌다.한국전력은 하반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단가 하락과 원전이용률 증가에 힘입어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은 2분기를 기점으로 뚜렷한 실적 개선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있는 만큼 주가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친환경설비 등 설비투자 확대를 위한 대규모 차입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다소 악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전KPS가 지난 24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정비사업을 수주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계약 조건으로 주가에 발목이 잡혔다.한전KPS는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86%(1600원) 급락한 3만1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4일 UAE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지만 △계약 기간이 예상(10년)보다 짧은 5년인 데다 △주 정비사업자가 아닌 ‘하도급’ 사업자로 격하됐고 △일감도 다른 나라 복수의 사업자와 나눠 갖는 구조여서 당초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전날 계약 체결 소식에 소폭 올랐던 주가도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알려지면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증권사들은 한전KPS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날 목표 주가를 기존 4만6000원에서 19.56% 내린 3만7000원으로 제시했으며 앞서 KB증권도 3만4000원으로 10.52% 낮췄다.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