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일본의 수출 규제가 악화될 경우 우리나라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계 산업 등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정부가 미래 산업으로 꼽는 비메모리 반도체, 친환경 자동차 등의 기술 발전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총재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핵심 소재 및 부품의 대일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계 등을 중심으로 생산과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구체적으로는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높으면서 일본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높은 반도체 소재, 특수목적용 기계, 정밀화학제품 등에 대한 영향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일본 수출규제가 국내 경제에 미친 영향은 아직 크지 않지만 앞으로 상황이 악화돼 소재·부품 조달에 애로가 발생할 경우 관세 인상과 같은 가격 규제보다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또 미·중 무역분쟁 심화도 수출을 더욱 부진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될 우려가 크고 글로벌 교역과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딜 브렉시트’는 우리나라의 영국 수출 비중(1.1%)을 고려할 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반도체 경기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갈등과 메모리 수요처의 구매 지연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D램의 기업 간 대규모 거래가격(고정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했지만, 현물가격(소매가격)은 생산 및 공급 감소 우려를 반영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