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이 금융 클라우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KB금융그룹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다. 정부가 금융회사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규제를 완화하자 국내외 클라우드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NHN, 금융 클라우드도 진출…1호 고객은 KB
NHN, KB금융 클라우드 서비스 맡아

NHN은 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캐피탈, KB저축은행 등 KB금융그룹 6개 계열사에 금융 특화 클라우드 서비스인 ‘토스트(TOAST) 시큐어’를 적용한다고 5일 발표했다.

NHN 관계자는 “KB금융그룹이 구축하고 있는 자체 클라우드 플랫폼인 ‘클레온’에 NHN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레온은 KB금융그룹이 첨단 정보기술(IT)을 적용한 혁신 금융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마련한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관련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내부 계열사, 외부 업체와 협업하려면 클라우드 기술이 필요하다.

NHN, 금융 클라우드도 진출…1호 고객은 KB
정우진 NHN 대표(사진)는 “NHN이 국내외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을 제치고 국내 금융시장을 대표하는 KB금융그룹의 클라우드 전환 파트너로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계약은 NHN의 서비스(토스트)가 금융 클라우드 시장에 선점 깃발을 꽂은 것과 동시에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의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지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NHN이 금융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한 NHN은 페이코(금융), 고도몰(상거래), 한게임(게임) 등 다양한 자사 IT 서비스의 클라우드를 지원하면서 기술력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우정사업정보센터에 공공 분야 특화 클라우드 서비스인 ‘토스트 지(G)’를 공급하는 등 클라우드 사업을 외부로 확대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800여 개 업체가 NHN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치열해진 금융 클라우드 시장

NHN이 금융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한 것은 정부의 관련 규제 완화 덕이 컸다. 올해부터 금융업체의 민간 클라우드 활용 범위가 기존의 금융 거래와 관련 없는 정보에서 개인 신용정보 등으로 크게 확대됐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IBM, 구글, 오라클 등 외국 IT 기업과 네이버, NHN, KT 등 국내 기업들이 국내 금융 클라우드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선 이유다.

국내 기업들은 클라우드 안전성 확보를 내세우며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세 곳 모두 최근 금융보안원의 ‘클라우드 안전성 평가’를 획득했다. NHN은 안전성 평가에서 처음으로 평가 면제 항목 없이 모든 부문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관련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 시설인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세울 예정이다. KT는 클라우드 사업에 2023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0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미 KEB하나은행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업체들은 주로 그동안의 사업 역량과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공략하고 있다. IBM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상위 20개 금융업체 중 19개가 자사의 클라우드를 이용한다며 국내 금융사를 유인하고 있다. AWS, MS, 오라클에 이어 구글도 한국에 클라우드 서비스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IT업계 관계자는 “해외 클라우드 업체들이 장악한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규제 완화로 열린 공공과 금융의 클라우드 시장은 한국 업체에 기회”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 업체의 한국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67%에 달했다. 작년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2조원으로 추정됐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