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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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료 종류와 상관없이 노후자동차 교체 때 개별소비세를 70%까지 깎아준 건 지금까지 딱 한 번이었다. 2009년 5~12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다.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려고 파격적인 대책을 썼다.

이 특단의 카드를 정부가 다시 꺼내들었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10년 이상 된 경유차에 한해 지원하는 개소세 70% 감면 혜택을 휘발유차 등 모든 노후차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달 초 발표할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2009년 말 이전에 등록한 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사면 연료 종류와 상관없이 개소세를 70% 깎아준다는 얘기다. 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거쳐 내년 1월 시행하는 것이 목표다.
[단독] 노후 휘발유車도 교체때 개소세 70% 깎아준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신차를 살 때 개소세를 30% 감면해주고 있다. 올 1월부터는 노후 경유차 교체 시 개소세를 70% 인하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자동차 판매 증가 효과가 미진하자 세제 혜택을 더 확대하기로 했다. 국산차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 3.3% 줄었다가 하반기 2.0% 증가로 반등했다. 하지만 올해 1~5월 판매 증가율은 0.7%로 떨어졌다.

현재 개소세 70% 감면이 적용되는 노후 경유차는 약 320만 대다. 연료 종류 제한이 풀리면 지원 대상이 740만 대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전체 등록 자동차의 32% 수준이다. 다만 미세먼지 발생이 심한 경유차를 새로 사는 경우엔 혜택을 주지 않는다.

노후 휘발유차를 출고가 2000만원짜리 새 차로 바꿀 때 지금은 개소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143만원 낸다. 제도가 바뀌면 43만원으로 세금을 100만원 아낄 수 있다. 만약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자동차 개소세 30% 인하’가 내년까지 연장되면 노후차 교체 소비자는 세금이 최대 79% 감면된다. 2000만원짜리 차 기준 113만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엔 ‘가속상각’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담긴다. 가속상각은 투자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 속도를 높여 투자 초기 법인세를 적게 낼 수 있게 한 제도다. 지금은 대기업의 경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과 연구개발(R&D) 관련 투자에만 적용하는데 앞으로는 모든 설비투자에 혜택을 주기로 했다. 대기업 지원에 인색했던 현 정부 기조를 고려하면 진일보한 결정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내수를 회복시키지 못하면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어렵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올 1분기 민간소비 성장률은 0.1%로 2016년 1분기(-0.2%)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았다. 설비투자는 10.8%나 하락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자동차업계는 개소세 인하 확대가 국내 자동차 회사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수출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어 내수라도 받쳐줘야 하는데 여러 이유 때문에 내수 성장 폭이 크지 않다”며 “노후 휘발유차를 교체할 때 개소세를 깎아주면 내수 시장에 활기가 돌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노후차 교체 지원 정책 시행 기간엔 국산 승용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9.3% 늘었다.

개소세 인하 확대 적용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고질적인 고비용·저임금 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계가 명백하다는 지적이다.

서민준/도병욱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