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이 꼭 성적순은 아니죠"…성균관대, 도전·희생정신 있으면 장학금 준다
성균관대가 올해부터 ‘학생성공 장학제도’라는 새로운 장학금 제도를 도입해 주목받고 있다. 도전적인 대외활동을 하거나 학생회장과 같이 교내 공동체를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한 학생 등에게 장학금을 주는 제도다. 학생성공 장학금을 신설하기 위해 성균관대는 성적장학금 규모를 축소했다. 성적순에 따라 장학금을 일괄적으로 지급하던 과거의 정량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다양한 활동을 존중하고 장려하기 위해 정성평가 방식으로 변화하는 움직임이다.

11일 성균관대에 따르면 학생성공 장학제도를 통한 장학금은 크게 △창의연구융합도전 트랙 △글로벌리더 트랙 △모두함께 트랙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창의연구융합도전 트랙’ 장학금은 성적과 상관없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특허를 출원하거나 공모전에서 우승하는 등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발휘한 학생에게 주어진다. 세부 유형마다 다르지만 매 학기 단과대마다 2명씩 선발된 학생들은 등록금 전액을 감면받거나 25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받는다.

성균관대는 또 ‘글로벌리더 트랙’ 장학금을 통해 대학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리더형 인재에게 학기마다 생활비 50만원을 준다. 학생회장, 동아리 대표 등이 대상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학생처장(교육학과 교수)은 “학교라는 작은 공동체에서 책임감을 갖고 활동한 학생이 큰 공동체에서도 헌신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성적 0.1점 더 얻기 위해 독서실에만 박혀 있는 학생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장학금을 마련했다”고 했다. ‘모두함께 트랙’ 장학금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생활비나 기숙사비를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성균관대는 40억원 규모의 학생성공 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성적우수 장학금 지급 대상을 축소했다. 지난해까지 성균관대는 성적 상위 1% 학생에게 등록금 전액, 상위 1~5% 학생에게 등록금의 70%, 상위 5~6% 학생에게 등록금의 50%를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50% 장학금은 폐지됐으며 70% 장학금도 지급 대상이 1%포인트 줄었다.

지급 기준이 명확한 성적장학금이 줄어들고 평가 기준이 불명확한 학생성공 장학금이 신설되자 공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특정 교수 한 명이 아니라 단과대 장학위원회와 대학본부 선정위원회의 심사를 이중으로 거치도록 해 부정 수급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배상훈 교수는 “학점 줄세우기식의 정량평가 방식에서는 이기적이면서 안전한 길만을 가려는 학생들이 길러진다”며 “도전적이면서 사회 공동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생을 이끌기 위해선 장학금도 정성평가 방식으로 변화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