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하면 이제 이공계를 떠올리게 될 겁니다.”

배덕효 세종대 총장(59)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연구를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배 총장은 “세종대 하면 어떤 과가 떠오르냐”는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호텔경영학과를 떠올린다”는 대답에 배 총장은 “보통 30·40대는 호텔경영학과를, 50대 이상은 무용과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간의 인식과 달리 세종대는 이공계 중심 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게 배 총장의 설명이다.

세종대는 영국 고등교육평가기관인 THE가 올해 발표한 세계대학평가에서 공학부문 국내 10위에 올랐다. 다른 유명 전공이 많지만 전체 교수 중 이공계 교수 비율이 65%에 달할 정도로 세종대는 이공계에 힘을 쏟고 있다. 배 총장은 “AI 분야 논문 피인용 수에서 세종대는 국내 2위로 조사됐다”며 “1990년대 중반부터 공대를 집중 육성해온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덕효 세종대 총장은 “인공지능(AI) 연구 지원에 대학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배덕효 세종대 총장은 “인공지능(AI) 연구 지원에 대학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600억 들여 AI 연구·산학협력 투자

배 총장은 작년 7월 취임 이후 AI 등 소프트웨어 연구를 다양한 전공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이공계와 무관한 전공 학생이더라도 코딩 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한 것도 그래서다. 배 총장은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도 만화를 그리는 수준을 넘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접목한 소프트웨어 연구 중심으로 트렌드가 바뀌었다”며 “디자인 관련 전공, 만화애니메이션 전공에도 소프트웨어 연구를 접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종대는 600억원을 투자한 ‘대양AI센터’를 지난 3월 완공했다. AI연구소를 건립 중인 서울대보다 앞섰다.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전용 건물로 쓰일 지상 13층 높이의 이 건물엔 소프트웨어 실습·강의·연구실을 비롯한 AI 연구 지원 시설이 들어선다. 이 중 가장 핵심은 지상 3층에 있는 ‘AI콜라보레이션랩’이다. 배 총장은 “AI는 물론 바이오, 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30여 개 업체가 입주해 산학협력 연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대는 이미 산학협력을 통해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다. 배 총장은 “매년 기술이전으로 들어오는 로열티 수입이 국내 4위 규모”라고 소개했다. 세종대와의 산학협력은 벤처기업에도 ‘윈윈’이다. 세종대가 모바일 빅데이터 수집을 도왔던 데이터 분석업체 파이브락스는 2015년 세계 최대 모바일 광고 기업인 미국 탭조이에 수백억원 가격으로 인수됐다. 세종대로부터 B2B(기업 간 거래) 전자거래데이터 기술 처리를 지원받은 벤처기업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은 2017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배 총장은 “지난 5년간 인공지능-빅데이터연구센터를 운영하며 500여 개 기업과 접촉했다”며 “벤처기업과 협력해야 대학의 연구도 시대 흐름에 맞게 혁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력 검증된 교수에 아낌없이 지원

배 총장은 세종대가 산학협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로 연구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꼽았다. 교수들이 하고 싶은 연구가 있으면 아낌없이 지원하는 게 세종대의 전통이라고 배 총장은 설명했다. 그는 “교수 1인당 연구비를 따져보면 세종대는 전국 10위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를 좋아하는 교수들은 세종대를 ‘천국’이라 부르기도 한다”며 “AI 연구 지원에 대학본부 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배 총장은 AI 연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능력 위주의 교수 임용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학연, 혈연, 지연 대신 실적과 발전 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한다”고 말했다. 세종대는 현업에서 뛰는 전문가를 초빙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배 총장은 “산학협력을 위해 현업에서 20~30년 근무한 전문가들을 학교로 모셔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 총장은 AI 연구로 대학이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양AI센터를 세종대 맞은편에 있는 어린이대공원과 연계해 과학체험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파크’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배 총장은 “어린이날이면 축제를 위해 어린이대공원과 세종대 사이에 있는 능동로의 차량 통행이 통제된다”며 “어린이들이 놀고 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AI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대는 지난 3월 서울시와 캠퍼스타운 조성을 위한 공동협약도 체결했다. 대학이 상아탑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창업 공간으로도 거듭나야 한다는 게 배 총장의 지론이다. 배 총장은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창업 아이디어 콘테스트를 열 계획”이라며 “AI나 소프트웨어만이 아니라 창업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들이라면 산학협력 공간에 입주시켜 중점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