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버너 보겔스 아마존 CTO "아마존 특기는 발명 대행…서비스 90%가 고객 요구 따른 것"
버너 보겔스 아마존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가 “아마존의 성공과 혁신 비결은 철저한 소비자 중심주의”라고 밝혔다.

보겔스 CTO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아마존은 소비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발명 대행업자’”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는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경제신문사 공동 주최로 열리는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9’에서 기조강연을 한다.

보겔스 CTO는 아마존에 합류한 다음해인 2005년부터 14년째 CTO를 맡고 있다. 그는 “아마존에도 미래를 읽는 천재는 없다”며 “소비자의 희망 사항을 현실로 만드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지금의 아마존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보겔스 CTO는 클라우드사업을 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아마존의 혁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조직으로 꼽았다. “AWS가 새로 도입한 기능과 서비스 중 90%가 소비자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머지 10%도 소비자의 말 속에서 행간을 읽고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부 혁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진짜 혁신은 벤치마킹할 수도, 구매할 수도 없다”며 “경쟁사들이 뭘 하는지 힐끔거리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지적했다.
[단독] 버너 보겔스 아마존 CTO "아마존 특기는 발명 대행…서비스 90%가 고객 요구 따른 것"
아마존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유통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단기간에 글로벌 제국을 구축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배 기업들과 구분된다. 아마존이란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한 뒤 그 안에 모든 혁신과 서비스를 쏟아붓는다. 소비자가 가격을 문제 삼으면 비용을 낮춰준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요구할 때마다 소비자가 상상한 이상을 되돌려준다. 소비자가 아마존 생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버너 보겔스 아마존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는 아마존의 성공과 혁신 비결을 ‘고객’이라고 요약했다. 소비자의 요구를 끊임없이 들어주다 보니 지금의 아마존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경제신문사 공동 주최로 열리는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9’에서 기조강연을 한다.
[단독] 버너 보겔스 아마존 CTO "아마존 특기는 발명 대행…서비스 90%가 고객 요구 따른 것"
▷아마존은 시대를 바꾼 제품과 서비스가 많습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아마존의 경영 스타일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사례입니다. AWS가 내놓은 서비스 중 우리가 아이디어를 낸 게 드물어요. 90%가 고객 요청을 받아 만든 것입니다. 나머지 10%도 우리 것이라고 보기 힘들죠. 고객이 정확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행간을 읽어 ‘이런 것이 필요하겠다’ 싶은 걸 선보인 것뿐입니다. 한마디로 발명 대행이죠. 2013년 첫선을 보인 AWS의 히트상품 ‘아마존 레드시프트’가 대표적입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의 10분의 1 비용으로 페타바이트(PB·100만GB) 단위의 데이터를 손쉽게 처리해줍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바로바로 내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마존의 인재상을 제일 잘 표현하는 말이 ‘빌더(builder)’예요.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괴짜들이란 의미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최대한 많이 영입하고 권한을 대폭 위임합니다. 이들이 실패할 때도 있고 기대 이하의 작품을 내놓을 때도 있지만 길게 보면 이 방법이 맞아요. 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해결책이 나오거든요. 이들은 ‘신제품 출시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합니다. 우리가 보기엔 대다수 기술 대기업이 ‘혁신 DNA’를 상실했어요. 구매를 통해 혁신을 손쉽게 얻는 데 익숙하죠. 이런 방식으론 한두 번 성공은 해도 오래가기 힘듭니다.”

▷아마존은 이익에 거의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신경쓰지 않는 건 아니지만 우선순위가 ‘고객’ 다음이죠. 우리는 고객과 20년, 30년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합니다. AWS엔 트러스티드 어드바이저(trusted advisor)란 기능이 있어요. 우리 서비스를 조금밖에 이용하지 않거나 유휴 상태면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고객에게 통보합니다. 이런 방법을 쓸 수 있는 기업은 생각만큼 많지 않죠.”

▷아마존은 한국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AWS가 한국과 사랑에 빠져 있죠. 성장 잠재력이 엄청난 시장이니까요. 아마존은 세계적으로 21개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운영하는데 그중 한 곳이 한국에 있어요. 한국에서 데이터를 보관하길 원하는 고객을 위한 조치였습니다. 최근엔 한국에서 외국 업체 중 최초로 정보보호관리체계(K-ISMS) 인증도 받았습니다. 이미 한국 대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뜯어고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 여정을 시작했어요. 삼성, 대한항공, 롯데, LG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아마존은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활용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클라우드와 데이터 규제가 많습니다.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들이 클라우드산업과 관련해 정확한 팩트를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잘못 결정을 내리면 자국 기업이 경쟁국 기업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는 점을 감안해달라는 얘기입니다. 보안 우려를 불식하는 것은 업체들의 몫입니다. AWS는 법원 등 정부기관 명령 없이 고객 콘텐츠를 외부에 제공하지 않습니다. 데이터센터의 위치도 전적으로 고객이 정하죠. 고객의 동의 없이 AWS가 데이터를 옮길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고객이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암호화할 수도 있습니다.”

▷AI 기술이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를 놓고 논쟁이 치열합니다.

“제가 보기엔 너무 극단적이에요. 선택지를 ‘지옥’과 ‘천국’으로 한정할 이유가 없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용적 낙관론입니다. 막연한 걱정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그만큼 경제적 사회적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부작용을 제거해가며 조심스럽게 전진하면 그만이죠. AI가 일자리를 뺏을 것이란 우려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정해진 절차대로 움직이는 ‘관리자’ 일자리는 없어질 겁니다. 대신 더 많은 ‘개발자’ ‘플랫폼 전문가’ ‘크리에이터’ ‘애널리스트’가 생길 것입니다.”

▷스트롱코리아 포럼 기조강연의 주제가 ‘인간 중심의 컴퓨팅 시대’입니다.

“컴퓨터는 인류 발전의 주역이지만 단점이 있어요. 프로그래밍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이 다루는 게 쉽지 않죠. AI가 발달하면서 세상이 달라졌어요. 이제 컴퓨터가 자연스럽게 사람의 말을 이해합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직원들은 회의실 예약을 목소리로 해요.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는 더 적극적으로 음성 명령 시스템을 활용합니다. 신약을 개발하는 직원들이 업무 절차와 표준을 물으면 AI가 말로 답을 해줍니다.”

[단독] 버너 보겔스 아마존 CTO "아마존 특기는 발명 대행…서비스 90%가 고객 요구 따른 것"
■버너 보겔스는 누구인가

'클라우드의 아버지'로 불려…베이조스에 직언도


버너 보겔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아마존의 중흥기를 이끈 ‘키맨’이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컴퓨터과학 전문가로 꼽힌다. 2004년 아마존에 합류한 이후 아마존닷컴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기술전략을 총괄해왔다. 창업자도 최고경영자(CEO)도 아니지만 ‘정보기술(IT) 업계 주요 인물’을 꼽는 미국 언론의 기사에서 이름이 빠지는 일이 드물다.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DB)를 대체하는 다이나모DB를 구상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존닷컴의 쇼핑 인터페이스에 활용됐던 이 DB는 AWS에서 스테디셀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아마존 클라우드사업을 태동기부터 진두지휘한 주역이기도 하다. 그를 ‘클라우드의 아버지’로 부르는 이유다. 아마존 내 입지는 탄탄하다.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에게도 서슴지 않고 직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너 보겔스 최고기술책임자(CTO) 약력

△1958년 네덜란드 에르멜로 출생
△암스테르담 자유대 컴퓨터과학 박사
△1991~1994년 포르투갈 INESC 선임연구원
△1994~2004년 미국 코넬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2004년 아마존 시스템 연구 책임자로 합류
△2005년~ 아마존 최고기술책임자(CTO)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