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맥가이버팀' 떴다…장애인 사업장 생산성 280%↑
강원 인제에 있는 ‘인제군장애인보호작업장’은 중증 장애인 12명과 사회복지사들이 지역 특산물인 황태를 가공해 판매하는 곳이다. 장애인들이 직접 일하면서 경제적 자립은 물론 사회생활까지 배울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 작업장의 고미선 원장에게는 고민이 많았다. 국가에서 임금을 보조해주지 않는 데다 생산성이 높지 않아 직원들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더 많은 월급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다. 고 원장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2018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에 지원한 이유다.

지난해 11월 삼성 ‘멘토단’ 3명이 작업장에 상주하며 4주간 공정 혁신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황태 가공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가 황태를 두드리는 ‘타발 작업’이다. 기존 사업장은 수동 타발기를 쓰다 보니 프레스로 황태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았다. 멘토들은 황태 꼬리를 레일에 끼우기만 하면 양쪽에 있는 프레스가 황태를 자동으로 압축하는 자동 타발기를 개발했다. 새로운 설비 덕분에 직원 두 사람이 반나절 걸리던 일을 한 사람이 2시간 만에 끝낼 수 있게 됐다.

작업장 직원들은 이들을 ‘맥가이버’라고 불렀다. 몸이 불편한 직원들이 황태를 쉽게 옮길 수 있도록 각종 이동 대차도 만들었다. 공정 순서와 물류 동선은 최적화했다. 각종 생산 수치를 모니터를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설치했다. 그 결과 작업장의 생산성은 280% 높아졌고, 불량률은 67% 낮아졌다. 고 원장은 “이렇게 현장에 상주하며 도움을 주는 경우는 없었다”며 “추운 겨울 야외에서 각종 장비를 제작하는 것을 보고 낯을 가리던 직원들도 멘토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애프터서비스(AS)를 제공했다. 김종호 스마트공장지원센터장(사장)이 작업장을 방문해 추가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확인하기도 했다. 오는 5월에는 황태에 물을 먹이는 ‘습윤 작업’을 자동화하는 장비를 개발해 설치할 예정이다. 제품 패키징 등 마케팅 아이디어는 물론 판로 개척에도 도움을 줬다. 올해 초에는 삼성전자의 ‘설맞이 사내 직거래 장터’에 입점했다.

지난해 작업장의 매출은 1억5000만원으로 전년 8000만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고 원장은 “올해도 매출이 늘고 있다”며 “설 상여금에다 인센티브까지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