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지 물류로봇·전기차·AI 장착하는 10개 지자체…'규제특구' 발판, 4차산업 선도한다
울산에서는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물류로봇을 개발한다. 제주에서는 3차원(3D) 프린터로 전기자동차를 만들고 전북에서는 차량용 인공지능(AI) 홀로그램 비서 제품을 제작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먹거리인 규제자유특구를 조성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2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기존 주력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혁신성장동력이 필요하다”며 “지역의 혁신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규제자유특구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 등 9개 지자체가 규제자유특구 계획(안)을 최근 공고했고 세종시는 오는 26일 공고할 예정이다. 규제자유특구는 비수도권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별로 규제를 유예하거나 면제해 신기술·신산업을 실증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제도다.

10개 지자체 특구 가운데 제주의 전기차와 전남의 e-모빌리티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이동수단과 관련된 계획이어서 눈길을 끈다. 제주는 제1첨단과학기술단지 등을 특구로 지정해 전기차 보급을 더욱 확산하기 위해 3D 프린터로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를 만들고, 초소형 전기차 공유 서비스도 시범 도입한다. 전기차 개조(튜닝)사업을 실증하고 전기차 개조 장비도 개발할 계획이다.

e-모빌리티를 테마로 한 전남은 영광, 목포, 신안 등에서 초소형 전기차를 비롯해 전기이륜차, 전기자전거 등을 개발한다. 농업이 지역의 주력산업인 것을 감안해 한번 충전해 17㎞ 이상 이동할 수 있는 고효율 농업용 동력운반차를 새로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현행법상 도로에서 주행이 금지된 스마트 개인용 이동수단의 주행도 법령 특례를 받아 실증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전라남도 관계자는 “지난해 지역 인구가 8000명가량 줄었다”며 “지역 산업인 농업 및 자동차와 연관된 규제자유특구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울산이 울산테크노산업단지 일대에 수소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로 했다.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물류로봇과 지게차가 개발 대상이다.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제품인증 규정이 없어 개발이 더딘 사업이다. 수소연료를 더 편리하게 운반하기 위해 450바(bar: 기압측정단위) 수준의 고압 복합용기를 탑재할 수 있는 수소트레일러를 실증하는 사업도 포함됐다. 심민령 울산시 에너지산업과장은 “2012년부터 수소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온 만큼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 및 가스시설 등에서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신기술도 일정 조건 아래에 테스트가 허용(실증)될 예정이다. 전북은 익산시 마동 지역을 중심으로 홀로그램 특구를 지정해 홀로그램 클러스터 조성에 나선다. 홀로그램 기술을 적용해 차량 전면 유리에 내비게이션의 정보를 안내하는 HUD(헤드업디스플레이), 차량용 AI 홀로그램 비서, 인포테인먼트용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등 차량을 중심으로 홀로그램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도로교통과 안전·환경 위험 경보용 안전표지판을 홀로그램으로 제작하는 사업도 계획 중이다.

충북은 한국가스안전공사와 공동으로 가스시설을 무선으로 차단하고 제어하는 스마트안전제어기술을 테스트한다. 가스 유출 등의 위험이 있어 무선으로 제어하는 게 안전할 수 있지만 현행법상 가스시설 제어는 유선으로만 가능하다. 충북 특구에서는 산업용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가스 누출을 확인하고 차단하는 기술을 규제특례를 받아 실증할 계획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