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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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4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낮췄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매(통화긴축 선호)'의 발톱을 숨긴 한은이 사실상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기준금리 인하 깜빡이를 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이 지난 18일 금통위 이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조정 여부를 판단해나가겠다'는 문구가 삭제된 데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금리 인상 기조는 중단됐고, 통화정책 변경 의지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 인하를 검토할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하반기께 금리 인하 관련 논의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의결문구에 대해 "이 총재의 의견이 금통위원 내 '소수의견'일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목소리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강 연구원은 "금리 인하로 나아가는 중요한 첫 걸음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금리 인하의 포문을 열었다"며 "의결문에 '외부 변수들이 국내 성장과 물가에 미칠 영향을 살필 것'이란 내용이 추가돼 하반기 성장 경로가 한은의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경우 추가 성장률 하향 조정과 함께 금리 인하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은 2.3~2.4%로 전망한다"며 "잠재성장률 수준을 밑도는 성장 흐름이 예상돼 4분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다만 올해까지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융안정 측면에서 최근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둔화됐지만 부동산 시장은 안심할 수 없는 측면이 크다"며 "최근 낮아진 금리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을 지지하고 있어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는 자산버블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 총재의 부정적 금리 인하 입장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연내 금리 동결 전망을 내놨다.

권구훈 골드막삭스 연구원은 "4월 금통위 결의문에서 매파적 문구를 삭제했지만 이 총재가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반복해 전했다"며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