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핀(기술금융)’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테크핀은 정보기술(IT)업체가 주도하는 금융 혁신을 일컫는다. 금융회사가 IT를 접목하는 식의 핀테크(금융기술)에 비해 IT업체의 영향력과 발언권이 훨씬 세졌다. 테크핀의 급부상이 금융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핀테크 넘어 '테크핀'…금융의 판이 바뀐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사장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테크핀의 영향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지금 같은 추세라면 3년 안에 카카오페이 플랫폼에서만 연간 100조원의 돈이 흘러다닐 정도로 테크핀업체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테크핀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카카오페이가 내놓은 체크카드는 지난해 1월 출시 후 1년여 만에 100만 장을 넘어섰다. 통상 은행들이 체크카드 신상품 100만 장을 발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3분의 2가량 단축했다.

카카오페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결제플랫폼 삼성페이를 비롯해 네이버페이(네이버), 페이코(NHN) 등도 테크핀 대열에 잇달아 가세했다. 자산관리, 투자 영역에서도 IT업체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류 사장은 “소비자 편의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기술이 금융계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며 “3~4년 안에 금융생활 전반의 패러다임이 테크핀 위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줄곧 은행 중심으로 운영돼 온 국내 금융시장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은행들이 기존 영업방식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