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타결된 뒤에도 상당 기간 대(對)중국 고율관세를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5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부과한 25%의 징벌적 관세는 그대로 유지하고, 2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부과한 10% 관세는 부분 철회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주 중국에서 후속 협상이 재개되는 가운데 관세 철회 시점이 새로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은 20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합의하면 즉시 관세 조치를 해제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며 “상당 기간 (관세를) 유지하는 걸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합의 내용을 준수하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특정 합의사항을 준수하는 데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5년 9월 산업스파이 활동을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약속을 어기고 미국 기업 기술을 훔쳐왔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시정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들어간 뒤 7~8월 1차로 500억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이 같은 금액의 미국 제품에 25%의 보복관세를 매기자 미국은 그해 9월 2차로 2000억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관료들은 무역협상에서 합의를 이루더라도 500억달러어치에 대한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하고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10% 관세만 일부 철회할 수 있다는 의견”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합의 사항을 어길 경우 철회한 관세를 복원하는 ‘스냅백’ 조항을 두는 방안도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5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는 유지하면서 2000억달러어치 제품 관세는 일부 철회를 고려하는 건 미국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5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자본재나 중간재다. 반면 2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 중 소비재 비중은 33%에 달한다. 고율관세가 유지되면 소비자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

변수는 중국 측 대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기존 관세 철회에 대한 확약을 받지 못하자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