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20일 오후 4시11분

[단독] LG, 연료전지 사업 철수…사업재편 '가속'
LG그룹이 연료전지 자회사인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한다. LG그룹이 케이블TV 1위 업체 CJ헬로를 인수하는 동시에 연료전지사업에선 철수하는 등 사업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와 LG전자에 따르면 LG전자 등은 합작사인 영국 롤스로이스와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하기로 합의하고 자산 처분 절차에 들어갔다. 이 회사가 미국 오하이오주 캔턴시에 설립한 본사와 연구소도 최근 운영을 중단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자동차 전장 부품을 비롯한 투자 우선순위가 높은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연료전지사업을 접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은 2012년 6월 롤스로이스 자회사이던 퓨얼셀시스템즈를 인수하고 사명을 LG퓨얼셀시스템즈로 바꿨다. 연료전지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 회사에 2000억원 넘게 투자했지만 눈에 띄는 결실을 보지 못하자 사업을 접기로 했다. 대신 리튬이온을 바탕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LG화학의 자동차용 전지(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은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LG퓨얼셀시스템즈 청산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업계에선 사업 구조조정에 보수적이었던 LG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퓨얼셀은 ‘3세대 연료전지’라 불리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연구개발(R&D) 법인이다. SOFC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서 저렴하게 전력을 생산하는 전지다. LG전자(지분율 34%), LG화학(23%), (주)LG(16%) 등이 이 회사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LG퓨얼셀은 발전소와 산업용 SOFC 개발에 집중했다. LG그룹 계열사들은 인수금(4500만달러)과 유상증자 형태로 LG퓨얼셀에 25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제품 상용화가 늦어지면서 손실이 불어나자 추가 지원 대신 청산을 택했다.

LG그룹은 최근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그룹의 이동통신 계열사이자 인터넷TV(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업계 1위 업체인 CJ헬로 주식 ‘50%+1주’를 8000억원에 인수키로 확정했다. 지난해 8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업체 ZKW 인수(약 1조4460억원)에 이은 LG그룹 사상 두 번째 규모의 인수합병(M&A) 거래다.

반면 비주력 계열사는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LG그룹 계열사인 서브원은 지난해 11월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부문을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계열사 거래가 많은 MRO 사업 지분을 정리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선제 대응하는 동시에 신사업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김익환/고재연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