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청소년을 비롯한 미래 세대 교육을 중심으로 사회공헌활동을 대폭 강화한다는 비전을 내놨다. 올해로 창립 81주년을 맞은 삼성그룹 역사상 첫 사회공헌 비전이다.

▶본지 2월 7일자 A1면 참조

삼성전자 공동대표이사인 김기남 부회장(반도체·부품 부문)과 김현석(소비자가전 부문)·고동진(IT·모바일 부문) 사장은 18일 사내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사회공헌 비전과 테마를 임직원들에게 설명했다. 사회공헌 비전은 ‘함께 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인에이블링 피플: 사람들이 할 수 있게 한다)’, 테마는 ‘청소년 등 미래 세대 교육’으로 정했다. 개인의 고유 잠재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삼성은 사회공헌 업무를 조직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계열사 인사팀장이 사회공헌단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삼성 사회공헌 활동…"미래세대 교육 중점"
삼성전자가 18일 발표한 사회공헌 비전과 테마는 ‘사업보국’ ‘인재제일’을 강조한 고(故) 이병철 회장의 경영 철학을 따르면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색채를 가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8월 삼성이 발표한 18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고용 계획’과 함께 이 부회장 시대 삼성의 경영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 4000억원 쓰고 평가 못 받는 사회공헌

그동안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다양한 종류의 사회공헌 활동에 많은 돈과 시간을 쏟으면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매년 사회공헌에 쓰는 돈만 4000억~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관통하는 큰 틀의 원칙이나 전략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세계무대에서 직·간접적으로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핵심 경영 사안으로 정하고 관련 인력과 비용을 늘려가는 추세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사회공헌사업의 비전을 정하고 조직과 세부사업을 정비하게 된 배경이다. 2017년 11월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에서 물러나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을 맡고 있는 이인용 고문이 총대를 멨다. 이 고문이 경영진,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1년3개월 고민 끝에 내놓은 해답이 ‘청소년 등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드림클래스나 스마트스쿨처럼 교육 여건이 낙후된 지역의 초·중·고교 학생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게 내외부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부회장도 ‘청소년 교육’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15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당시 “두 아이의 아버지여서 그런지 젊은이들의 고민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소중한 아들 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미래세대 교육’이라는 테마와 궤를 같이한다는 설명이다.

사회공헌도 조직문화로 정착

삼성은 사회공헌 활동을 진정성 있게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도 정비했다. 김기남 DS(반도체·부품)부문 부회장과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 사장 등 3명의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사회공헌 비전과 추진 방향을 임직원들에게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사람들의 잠재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하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공헌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 때 계열사별 사회공헌단 조직을 신설 또는 확대 개편하고 인사팀장이 단장을 겸직토록 한 조치도 사회공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회공헌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조직 내부에 영향력이 큰 경영진이 직접 챙겨야 한다”는 이 고문의 판단을 이 부회장이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어떤 사회공헌도 진정성이 없으면 껍데기에 불과하다”(김현석 사장)는 게 삼성전자 경영진의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19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사회공헌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 구체적인 실천 방법 등을 영상으로 제작해 응모하는 ‘삼성 사회공헌 영상제’를 열기로 했다. 고동진 사장은 “경영진을 포함한 전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