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 삼성자산운용 매니저 "투자 아이디어만 있으면 ETF로 자산배분 가능"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을 골고루 매입해야 하는데, 시장마다 거래 방식과 규모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이런 고민을 덜어줄 도구로 상장지수펀드(ETF)를 꼽는다. ETF는 특정 자산의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각국 대표 주가지수, 금, 원유, 채권 등 추종하는 자산이 다양하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거래도 쉽다. ETF로 직접 자산을 배분해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이성규 삼성자산운용 매니저(사진)는 “ETF의 등장으로 개인투자자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규칙을 정해 자산을 배분할 수 있게 됐다”며 “규칙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도 시장전망이나 심리에 휘둘리지 않고 자산을 불려나갈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조언했다. 이 매니저는 개인투자자들이 따라할 수 있는 다양한 ETF 전략을 담은 《주식투자 ETF로 시작하라》의 저자이기도 하다.

각국 대표지수 수익률이라는 단순한 데이터로도 개인투자자들이 규칙에 따른 자산배분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게 이 매니저의 설명이다. ‘모멘텀 투자 전략’이 그렇다. 오르는 주식이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확률이 높다는 게 근거다. 예를 들어 각국 대표지수의 최근 6개월이나 3개월 수익률 데이터를 확보한 다음 가장 상승률이 높았던 세 국가를 골라 투자금을 똑같이 나눠 담을 수 있다. 1개월에 한 번씩 수익률을 점검해 다시 기준에 맞게 ETF를 사고판다. 그리고 이 과정을 주기적으로 반복해 포트폴리오를 유지한다. 그는 “이렇게 하면 상승 추세에 올라탄 시장을 포트폴리오에 지속적으로 편입하는 효과가 있다”며 “원칙에 따라 매매하면 되기 때문에 심리에 휘둘리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모멘텀 전략을 기반으로 조금 더 복잡한 조건을 가미한 게 그가 운용하는 ‘삼성 EMP글로벌로테이션’ 펀드다. 이 펀드는 특정 국가, 섹터, 테마 등 자산군별로 최근 1개월부터 12개월까지 수익률의 평균값을 산출한 다음 상대 수익률이 높은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한다. 일정 기간 절대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자산은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대체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함께 활용한다.

이 전략을 1991년부터 2014년까지 코스피200과 S&P500에 적용한 결과 각각의 지수에 투자한 것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게 삼성자산운용의 설명이다. 이 기간 코스피200은 268%, S&P500은 530% 올랐지만 모멘텀 전략을 활용해 두 자산을 바꿔 담은 결과 1565% 수익이 났다.

이 매니저는 개인투자자들이 따라 할 수 있는 더 간단한 자산 배분 방법도 소개했다. 영국 투자분석가인 해리 브라운이 고안한 ‘영구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주식 채권 금 현금 등 네 가지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똑같이 담아 유지하면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보다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이 전략의 핵심 아이디어다.

ETF로 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면, 예를 들어 주식은 ‘KODEX 선진국MSCI World’, 채권은 ‘KODEX 국채선물10년’, 금은 ‘KODEX 골드선물’ 그리고 현금성 자산 성격이 강한 단기채에 투자하는 ‘KODEX 단기채권’을 활용할 수 있다. 비슷한 지수를 추종하는 다른 ETF로도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각 ETF를 같은 비중으로 투자한 다음 1년이 지나면 오른 자산은 팔고 내린 자산은 더 담아 똑같이 비중을 맞춘다. 이 매니저는 “각 자산의 상관관계가 낮아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며 “투자 방법이 간단해 포트폴리오 구성이 낯선 개인투자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