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제재 효력을 정지시킨 법원의 판단은 향후 검찰 수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린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가 본안 행정 1심을 맡은 재판부인 만큼 삼바의 향후 재판과정에도 파란불이 켜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행정 소송 결과에 따라 검찰 수사 강도와 기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법원 "학계도 회계처리 적법 판단"…1심 앞둔 삼바, 일단 한숨 돌려
“전문가들도 회계처리 적법 의견”

재판부는 증선위의 제재안이 본안 행정 소송에서 삼바 측이 승소하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업 이미지·신용·명예가 훼손될 뿐 아니라 전문경영인 해임에 따른 보이지 않는 손해도 보상할 수 없는 범주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제재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공익을 해친다는 증선위 주장도 거꾸로 뒤집어, 제재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분식회계를 했다고 회계장부·재무제표가 수정돼 공시되면 본안 소송에서 판단을 받기도 전에 4조원이 넘는 분식회계를 한 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다”고 지적했다. 가처분 집행 정지의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는 취지다.

회계처리 위법성을 놓고 다툼의 여지가 크다는 취지의 설명도 있었다. 이 사건 처리와 관련한 회계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니 본안 소송에서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금융감독원조차 당초 참여연대가 이 사건과 관련해 회계처리가 적법한지 물었을 때 적법하다는 답변을 했다는 점 △참여연대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인해 금감원이 회계 감리에 대한 위법성을 통보했는데 이 과정에 모순이 있다는 점 △서울대 회계학연구센터 소속 교수와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등 다수의 회계전문가가 삼바 회계처리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부합한다고 소견을 제시한 점 등을 근거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증선위의 주장 역시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으니 이를 본안에서 깊이 있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행정소송 1심에 달린 삼바 운명

삼바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강도도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참여연대와 증선위가 고발한 삼바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배당했다. 지난해 12월 대규모 압수수색으로 포문을 열었다. 검찰은 다음달부터 삼바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부가 맡은 만큼 수사 강도도 높을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 또한 행정소송 1심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회계 위법성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큰 사건인 만큼 검찰이 행정소송 1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무리하게 기소 카드를 꺼내들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행정 본안소송을 앞두고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한 게 삼바에 큰 승전보인 이유다. 김태한 삼바 사장이 해임 위기를 면하면서 삼바는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유리해졌다. 김 사장은 2008년 삼성그룹이 신수종 사업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을 때부터 바이오산업에 관여했고 2011년 삼바 설립부터 8년째 사장을 맡고 있다. 삼성그룹 내에서도 바이오 사업 경험이 있는 인사가 없다.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회계 장부와 재무제표를 수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이번 가처분 소송의 수확이다. 확정되지도 않은 분식회계 의혹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면 신뢰를 중요시하는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삼바 관계자는 “인용이 결정돼 불행 중 다행”이라며 “본안 소송에서도 회계처리의 적법성 입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바는 올해 수주에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한 번에 18만L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천 송도 3공장은 현재 생산 능력의 25%까지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 3공장 수주 물량을 연내 50%까지 확대하고 바이오의약품수탁생산(CMO) 12건, 의약품수탁개발 및 임상시험수탁(CDO·CRO) 10건 이상을 수주하는 것이 목표다.

고윤상/전예진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