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불확실성 커져…혁신으로 무장해야 생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일 경기 수원사업장의 5세대(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을 점검했다. 새해 첫 경영 현장 방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슈퍼 호황’이 꺾이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이을 새로운 주력 사업을 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주요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발표한 신년사에서는 ‘절박함’ ‘끝없는 혁신’ 등의 단어가 등장하며 강한 위기감이 드러났다. 미·중 무역 전쟁과 글로벌 경기 하강,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 강화, 실물경기 하락세 등 대내외 악재를 반영한 것이다. 주요 기업은 해법으로 ‘변화’와 ‘혁신’을 통한 고객 만족을 내걸었다.

한목소리로 변화·혁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신년사에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법칙)이 형성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한 행보를 가속화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해법으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2021년 국내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범 운영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회적 가치를 화두로 내세웠다. 최 회장은 “다음 세대가 행복하게 자라고, SK가 건강한 공동체로서 역할을 하려면 사회적 가치가 그 정답”이라며 “회사의 판단 기준을 ‘행복’으로 바꿔나가자”고 제안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우리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의 변화에 늘 깨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과감히 도전하고, 익숙한 관성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혁신을 통해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 회장은 “구성원 개개인이 다양한 사고와 경험을 존중하고,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역동적인 문화를 만들어가자”고 했다. 구 회장은 10분 동안 신년사를 하면서 ‘고객’이라는 단어를 30번이나 반복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는 초일류·초격차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차세대 제품과 혁신 기술로 신성장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투자로 지속 성장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절박함으로 위기 맞서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년사는 절박했다. 신 회장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했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며 “그룹의 생존이 혁신 여부에 달렸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성공’보다는 ‘빠른 실패’를 독려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패하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먼저 경험해보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당부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올해 경제 상황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동반 경기 하락, 글로벌 무역 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승풍파랑(乘風破浪: 원대한 뜻을 위해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간다)의 정신으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와 자동차, 건설 등 연관 산업 부진에도 불구하고 뚝심있게 밀어붙이자는 얘기다.

허창수 GS 회장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금리와 환율 등 경제지표의 변동성도 더욱 커지는 등 경영 여건이 결코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쟁에서 이기고 앞서가기 위해서는 남이 모방할 수 없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맞서 절박함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앞으로 10년은 우리가 겪은 그 어느 때보다 혁명적인 변화의 시기가 될 것”이라며 “그 10년이 한화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절박함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그룹 재건 의지를 다졌다. 박 회장은 “우리 그룹은 항상 시련과 위기를 겪었지만 그럴 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온 집념의 역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기회를 잡기 위한 충분한 역량과 강인한 기업 체질을 마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력을 높이고,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