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사옥 / 사진=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사옥 / 사진=현대차그룹
지난해 3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 수준의 실적을 낸 현대자동차가 4분기 역시 침체의 터널을 좀체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등 신차 출시로 마케팅 비용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기아자동차는 판매 회복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거둘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오는 24~25일 각각 4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한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7917억원이다. 전년 동기(7752억원) 대비 2.1%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2% 높아진 25조7761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은 개선 되겠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게 시장의 중평이다. 영업이익은 4분기 연속 1조원 아래에 머물러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잇따른 신차 출시에 부담 요소가 많아진 점이 꼽힌다.

현대차는 최근 팰리세이드, 고급 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대형 세단 G90을 내놨다. 여기에 들어간 마케팅 비용은 1000억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신형 쏘나타와 소형 SUV, 제네시스 G80, GV80 등이 출격 채비를 갖추고 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엔 시장 실적 눈높이를 밑돌 것”이라며 “신차 출시 초기 마케팅 비용이 먼저 반영돼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센티브(판매 장려금) 하락과 신차 효과는 올 1분기로 이연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일시적인 판매관리비(판관비) 증가와 금융 부문 영업이익 감소에 기인한 4분기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아차의 4분기 컨센서스는 영업이익 3997억원, 매출 14조1815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32.1%, 9.0% 증가한 수치다.

특히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가 늘면서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많다. 이 회사의 4분기 공장 생산량은 68만1131대로 전년 동기(63만4605대) 대비 7.3% 뛰었다. 재고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약 5조5000억원 규모로 낮아져 증산 기조에 접어들었다.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는 중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생산 및 판매량이 늘었다”면서 “추석 연휴 효과로 조업일수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재고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주요 신흥국 통화 가치 안정세도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 한 해 판매 목표를 468만 대, 292만 대로 제시했다. 13종의 신차를 선보이고 수익성이 높은 SUV 라인업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또 미국과 중국 등 주요 해외 시장 판매 정상화에 힘쏟기로 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