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대표 "탈모치료제 2상 후 나스닥 상장 검토"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 본사에서 만난 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대표(사진)는 회사가 개발 중인 탈모치료제 신약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전했다. 실험동물 생산·공급 및 비임상 위탁수행기관(CRO)인 오리엔트바이오는 탈모치료제 후보물질 'OND-1'을 2004년 도입했다. OND-1은 LG생활건강에서 연구가 시작된 물질이다. LG생활건강이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연구과제들을 조정할 때 오리엔트바이오가 사들였다.
장 대표는 "OND-1의 초기 실험을 우리가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성을 눈으로 봤다"며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효과적인 약물전달법을 확립한 뒤 임상 2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OND-1의 연구개발을 주도했던 김상년 박사는 오리엔트바이오의 신사업 연구개발팀 부사장으로 상업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글로벌 신약을 목표로 OND-1을 개발 중이다. 2017년 3월 완료된 국내 임상 1상은 31명의 남성형 탈모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단회 및 반복 투여에도 심각한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붉은 얼굴 원숭이(대머리 원숭이) 실험에서는 현재 시판 중인 미녹시딜보다 우수한 발모 효과를 확인했다.
장 대표는 "OND-1은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은 먹는 약 프로페시아의 성기능 관련 부작용과 바르는 미녹시딜의 미미한 효과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부터 미세바늘(마이크로니들)을 적용한 제형 변경 연구 등을 진행하고 관련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면 임상 2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임상 2상 진행까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 60억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다. 오리엔트바이오는 지난해 11월 3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OND-1의 연구개발 자금과 2017년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조기상환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2017년 BW 발행은 미국의 중대형 실험동물 기업 SRC(현 OBRC) 인수를 위해 이뤄졌다.
◆유전자가위 적용 GEMS 사업 본격화 오리엔트바이오는 국내 1위의 실험동물 업체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실험동물의 약 70%를 공급하고 있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해 9월에는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을 가진 툴젠과 유전자교정마우스(GEMS) 사업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GEMS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장 대표는 "바이오의약품 시대가 열리면서 특정 유전자 조건을 가진 새로운 실험동물이 필요해졌다"며 "새로운 시대에 맞춰 만들어야 할 실험동물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환자의 암 조직을 동물에 이식한 PDX 실험동물의 상용화도 추진 중이다. 현재 성남 본사에서는 젬스 및 PDX 실험동물에 대한 시설 확충이 이뤄지고 있다.
장 대표는 서울대 수의학과의 이영순 교수가 쓴 '실험동물 의학'이라는 책을 접하고 실험동물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1989년 해은기기교역상사를 설립해 실험동물과 관련 기자재를 유통하다 1991년 바이오제노믹스를 설립해 실험동물 생산에 나섰다. 그러나 실험동물을 납품하려던 동아제약으로부터 쓰기에 부적합하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큰 손해를 봤다. 이 후 영국의 실험동물 생산업체인 B&K그룹과 요크대학원에서 연수하고, 건국대와 강원대에서 각각 수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세계 최대 실험동물 기업인 찰스리버와 기술제휴해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가 인정하는 표준규격인 IGS 실험동물의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FDA 등 세계가 인정하는 실험동물을 생산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에게 비용 및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국내 유명 제약사인 Y사 및 바이오기업 I사의 최근 해외 기술수출건과 관련된 동물실험도 오리엔트바이오를 통해 이뤄졌다.
장 대표는 "국과 반찬을 놓아서 한국 의약품 개발의 판을 꾸며놨다고 자부한다"며 "이제는 미국 캄보디아 인도 등에 계열사를 마련해 해외로 나아갈 기반도 갖췄다"고 말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신사업 투자 확대로 현재 영업적자 상태다. 비글 및 영장류 사업의 확대, GEMS의 본격화 등으로 2021년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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