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자동차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지난달 비리 혐의로 체포됐다. 한때 경영 혁신의 아이콘으로 칭송받으며 과감한 구조조정과 그에 따라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해내던 ‘곤의 철옹성’도 영원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새삼 최고경영자의 자리가, 샐러리맨의 별이라고도 불리는 고위 임원의 자리가 그냥 한방에 ‘훅’ 갈 수도 있다는 진리 아닌 진리가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곤의 스캔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상에 올라서기보다 그 자리를 지켜내기가, 그리고 아름다운 뒷모습으로 떠나기가 훨씬 어렵다는 그 세계, 임원의 생존과 성공전략을 세밑에 새삼 생각하게 된다.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많은 임원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이 높은 곳까지 올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뛰어난 성과와 탁월한 리더십, 독보적인 전문성, 치열함과 성실함, 균형 잡힌 순발력으로 무장한 처세술 등 성공 요인도 다양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발표한 적이 있듯이 임원이 되기까지는 22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임원이 될 수 있는 확률이 0.74%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 수치를 감안한다면 이들은 문자 그대로 선택받은 1%요, 직장인의 별이라고도 불릴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렵게 올라왔지만 국내 임원의 평균 임기는 5년 남짓이고, 외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신임 임원의 경우 38%가 1년 반 안에 낙마한다고 하니 개방화된 자본주의 세계로 갈수록 이 리더십 자리를 지켜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미션임을 절감한다. 그렇기에 생존과 성공전략, 특히 위기관리 능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자리다.

무엇보다 바탕에 깔려야 할 기본적인 기조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올바른 인식, 재인식이다. 세계적 리더십 전문가 마셜 골드스미스는 과거의 성공이 오히려 임원들의 발목을 잡는다고 한다. 이들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큰 도움이 됐던 자신의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심지어 지금까지 해온 스타일이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관성의 법칙에 지배받기도 한다. 주변에 견제해주는 장치도 진정한 참모도 없다면, 그런데도 성과는 계속 이어진다면 독주를 넘어 장기 독재에 빠질 소지가 다분하다. 진정한 의미의 롱런하는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가 인식하는 자신과 남들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 간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리더는 신비하리만큼 돈, 권력, 성적 추문이라는 세 가지 유혹의 레퍼토리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리더십 이론이라는 관점에서는 모두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아니 세월이 흘러도 불변하는 위기관리 원칙의 핵심적인 포인트는 ‘인테그러티(integrity)’라고도 불리는 진실성과 도덕성에서 결코 타협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일하고, 내 몸에 도청장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말하고, 이 리더십의 세계에는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다고 여기며 행동하는 수밖에.

한방에 훅 갈 수 있는 리더의 자리…진실과 도덕성에선 결코 타협 말라
어항 속의 금붕어와도 같은 존재, 스텝 한 번 잘못 밟으면 바로 끝날 수도 있는 자리, 의도와는 다르게 정치싸움에 휘말릴 수도 있고, 회사가 마냥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너무 잘 알기에 어깨를 짓누르는 일의 중압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누구에게도 고민을 털어놓기 힘든 외로운 현실 속에 자기와의 고독한 싸움을 늘 해나가는 사람들. 괴로워하지 말고 하루하루에 집중하는 것밖에 무슨 묘책이 있을까? 그래도 진정한 리더가 되려고 애쓰는 한국의 임원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들을 응원한다.

한준기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