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광고 모델이 프리미엄 카드 ‘더 그린’을 들어 보이고 있다.
현대카드 광고 모델이 프리미엄 카드 ‘더 그린’을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초 현대카드가 새롭게 출시한 한 카드에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이 같은 관심의 주인공은 ‘더 그린(the Green)’.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대카드가 10년 만에 내놓은 새로운 컬러의 상품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그린 색상을 럭셔리의 상징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은 물론 카드 혜택부터 마케팅 방법까지 기존 프리미엄 상품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로 업계를 놀라게 했다.

더 그린은 연회비 15만원으로 일반 카드보다 비싼데도 출시 당일부터 인기를 끌며 출시 18일(영업일 기준) 만에 발급 1만 장을 돌파하고 10월 중순에는 2만 장 고지도 넘어섰다. 특히 수작업으로 만드는 특수 금속 플레이트는 10만원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함에도 신청하면 3주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를 자랑했다.

분석 또 분석

현대카드는 힙합 아티스트 지코를 ‘더 그린’ 모델로 한 광고를 선보였다.
현대카드는 힙합 아티스트 지코를 ‘더 그린’ 모델로 한 광고를 선보였다.
지난해 새로운 프리미엄 상품을 준비하던 현대카드 담당자들은 가장 먼저 새로운 프리미엄 카드의 타깃층을 어떻게 설정할지 고심했다고 한다. 담당자들은 상품에 대한 여러 가설을 세운 뒤 ‘페르소나 분석’(사용자 조사를 통해 사용자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사용자를 대표하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하는 연구법) 등 다양한 방법론을 활용해 소비자의 카드 사용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 끝에 기존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페르소나 고객군(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프리미엄 고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새로운 타깃의 특성이 명확해지자 담당자들은 이를 반영한 상품 설계에 나섰다. 일반적인 M포인트 적립 혜택과 함께 타깃층이 선호하는 여행과 고메(gourmet), 해외 쇼핑 관련 사용처를 특별 적립 대상으로 선정하고, 5% M포인트 적립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구성했다. 이렇게 적립한 포인트는 일반적인 M포인트 사용처는 물론 여행사(프리비아 여행)와 면세점(롯데면세점), 국내 주요 특급호텔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바우처로도 교환할 수 있도록 해 포인트 적립과 사용에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카드 신청을 온라인 채널로 한정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현대카드는 확실한 편익만 있다면 모바일과 디지털에 익숙한 2535세대가 능동적으로 온라인 채널을 방문해 카드를 신청할 것으로 분석했다.

‘더 그린’의 현실판 페르소나를 찾아라

더 그린의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을 준비하던 현대카드 브랜드 담당자들은 신상품이 타깃으로 삼은 2535세대의 특성과 이들의 성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현실판 페르소나’를 찾기 시작했다. 목표는 ‘타깃 세대에서 나를 표현하는 데 적극적이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열정적인 캐릭터’를 찾아내는 것. 현대카드는 여러 인물을 검토한 끝에 2535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고,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을 통해 탄탄한 팬덤을 지닌 힙합 아티스트 지코(ZICO)를 모델로 낙점했다.

특히 광고에 10년 이상 셀러브리티를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현대카드였기에 이 같은 결정은 이례적이었다. 현대카드는 지코를 모델로 활용해 단순히 그가 지닌 이미지를 소비하는 일반적인 방식을 지양했다. 대신 그를 실제 이 카드를 쓰는 대표 사용자로 포지셔닝해 이 상품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지코가 2535세대에 지닌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또한 더 그린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 온전히 디지털 미디어에 집중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는 상품의 타깃층이 기성매체보다는 소셜미디어에 친화적이라는 분석에 따른 선택이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더 그린은 대표적인 프리미엄 상품 중 키워드 점유율 7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굳건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치밀한 분석, 과감한 실행이 빚어낸 성과

더 그린은 연말까지 발급 3만 장 고지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이미 수년 전 포화상태에 접어든 국내 신용카드시장에서 카드모집인의 영업 활동이 전혀 없는 온라인 전용상품으로 특별한 성과를 이룩한 것이다. 특히 일반상품보다 수십 배 연회비가 높은 프리미엄 상품으로 달성한 성과여서 더욱 의미가 크다.

회원들의 월평균 사용 금액이나 이용률 등의 지표도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또 더 그린은 전체 이용자 중 20대가 28.9%, 30대가 50.8%로 20~30대가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중장년층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일반 프리미엄 상품의 회원 구성과 다른 특성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새로운 프리미엄 이용자층을 발굴하려는 전략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