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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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 '빅4'의 장기보장성보험 카드결제 비율이 전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서비스 강화의 일환으로 암보험 등 장기보장성보험료 카드결제 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보험사는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가 많아지는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4개사의 평균 장기보장성보험 카드결제지수(건수 기준)는 11%로 직전분기 대비 0.3%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DB손해보험이 13%로 카드결제 비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KB손보(11.9%), 삼성화재(11.8%) 순이었다. 현대해상(7.2%)은 10%에도 미치지 못해 가장 낮았다.

이 같이 낮은 카드결제 비율은 일부 보험사들의 카드결제 시스템이 현금이체보다 불편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카드결제 비율을 높이지 않기 위해 해당 시스템을 불편하게 만들어 카드결제 대신 현금 이체를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일부 보험사는 매월 고객이 직접 담당 설계사나 콜센터 등을 통해 신청해야만 카드로 보험료 납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대면 채널의 경우 담당 설계사가 배정돼 카드납입을 돕지만 비대면 채널의 경우에는 담당자가 따로 없어 고객이 직접 콜센터에 연락해 카드로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카드납입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보험료 카드결제 비중이 높아질수록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카드 수수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장기보장성보험의 경우 고객이 카드납입을 할 때마다 매월 설계사에게 결제할 카드 번호를 알려줘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이용률이 그리 높지 않다"며 "또 결제할 때마다 매번 카드 번호를 노출한다는 것에 대한 불안함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경우 카드납입보다 현금이체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사용혜택이 많아지고 각종 납입해야 하는 고정 지출 항목들이 카드로 자동이체가 가능하게 되면서 보험도 소비자 편의성 향상을 위해 카드 자동이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카드·보험업계 및 협회 등과 함께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현행 카드 수수료 체계, 카드결제 확대에 따른 보험업계의 수수료 부담 규모, 법·제도 개선 필요사항 등을 논의했다.

보험사들은 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되지 않는 이상 보험료 카드납입 활성화는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이 3%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2.2%에 달하는 카드 수수료까지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 발표로 카드사의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된 상황에서 카드사에 보험사의 카드결제 수수료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료의 카드 결제가 확대되면 보험사들은 높아진 사업비를 메우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할 수도 있다"며 "고객의 편의증대와 수수료 부담 사이에서 보험료의 카드결제를 확대할 수도 그렇다고 막을 수도 없는 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