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한라의 중심 윗세오름
① 한라의 중심 윗세오름
제주의 겨울은 고적하지 않다. 예전에는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지 정도였지만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콘서트는 물론 겨울축제까지 열리고 있다. ‘2018 크리스마스 파티-원도심이 와랑와랑’이라는 타이틀로 오는 22~23일 칠성로에서 특별한 공연이 이어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달굴 예정이다. 갈 곳도 많고 볼 곳도 많은 겨울 제주로 여행을 떠나보자.

크리스마스 박물관&카페

④ 겨울철 제주의 으뜸 먹거리인 방어회
④ 겨울철 제주의 으뜸 먹거리인 방어회
소복하게 쌓인 눈, 침엽수를 수놓은 크리스마스 장식들, 거리에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 겨울이 다가오면 온 세상은 크리스마스 준비로 바빠진다. 생각만 해도 미소가 입가에 번지는 크리스마스 시즌. 제주에서는 365일 크리스마스를 만날 수 있는 기적의 장소가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바이나흐튼 크리스마스 박물관은 산타, 장난감 병정, 크리스마스트리 등으로 꾸며져 있다. 주인 부부가 유럽에서 공수해 온 인형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요일마다 플리마켓을 운영하는데 25일까지는 매일 크리스마스 마켓을 열고 24~25일에는 가장행렬이 준비돼 있다. 중문에 있는 카페 더클리프에서는 재미있는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크리스마스 나무, 한라생태숲 ‘구상나무숲’

춥고 외로운 겨울의 거리를 축복과 온기로 가득 채우는 일등 공신은 크리스마스트리. 크리스마스트리에 쓰이는 나무는 어떤 품종일까? 이 나무가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전나무를 오랫동안 사용해 왔지만 18세기 초 제주를 방문한 서양 신부들은 전통적 크리스마스트리 모양과 닮은 원뿔형 구상나무를 채취해갔고, 품종 개량을 거쳐 현재 가장 사랑받는 크리스마스트리 나무가 됐다. 그런데 정작 원산지인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제주 한라생태숲에서는 귀한 구상나무를 볼 수 있다. 구상나무는 형태도 아름답지만 향기가 좋아 구상나무숲에 들어서면 깨끗한 공기와 함께 향긋한 내음이 콧속으로 밀려온다.

빛으로 휘감은 비밀 갤러리-빛의 벙커: 클림트

태양이 뜨는 마을, 성산에 숨겨져 있던 벙커가 제주의 색을 고스란히 닮은 빛의 갤러리로 변모했다. 이곳은 국가 기간통신망을 운영하기 위한 해저 광케이블을 관리하던 2970㎡ 규모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사용가치를 다해 잊혀지던 중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아트 AMIEX를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결정됐고, 프랑스 외에 최초로 제주에서 선을 보이게 됐다. 프로젝터를 통해 화려한 레이저 그래픽을 콘크리트 벽에 쏴 새로운 공간을 연출하는데, 이번 전시는 구스타프 클림트를 중심으로 그와 동시대에 활약했던 작가들의 작품이 벙커 내부를 가득 채운다. 원화의 화려한 색채는 오직 빛으로 완벽히 구현돼 있어 음악과 함께 작품을 좀 더 액티브하게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껴 볼 수 있다.

혹한을 견디는 신흥2리 동백마을&위미리 애기동백숲

③ 붉은 동백꽃이 만발한 애기동백숲
③ 붉은 동백꽃이 만발한 애기동백숲
제주의 거센 겨울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란 듯이 꽃봉오리를 맺는 동백은 혹한의 시기에 새빨간 얼굴을 내민다. 붉은 희망의 꽃은 척박한 이 섬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겨울을 견뎌야 하는 제주민에게 소소한 기쁨이 돼줬다. 서귀포시 남원읍은 겨울이면 붉은 동백꽃으로 물든다. 신흥2리 동백마을은 방풍목으로 키웠던 동백나무를 마을산업으로 발전시키면서 제주의 대표 동백마을이 됐다. 마을 곳곳에서 동백꽃을 만날 수 있고, 데크로 이어진 동백나무숲도 조성돼 있다. 사전 예약하면 동백을 이용한 체험도 할 수 있다.

한 땀에 마음을, 한 땀에 힐링을 가죽공방

② 직접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가죽공방
② 직접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가죽공방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거라고!” 몇 년 전 히트했던 드라마 유행어처럼 장인은 아니지만,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성취감을 제주에서 얻고 싶다면? 부드러운 감촉과 따뜻한 느낌으로 겨울철에 딱 어울리는 가죽공방의 원데이 클래스가 제격이다.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는 곳은 한림읍의 ‘핸즈웍스’, 제주시 노형동의 ‘손방둥이’ 등이 있다. 공방 운영자의 지도만 잘 따라간다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만드는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2시간, 길게는 3~4시간이 소요된다. 직접 바느질 구멍을 뚫어보고 바느질도 하면서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져 머리가 맑아진다. 한 땀에는 마음을 담고, 한 땀에는 힐링을 얻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작품이 완성돼 있을 것이다.

나만의 속도로 한라의 중심에 서다-윗세오름

세상 만물은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간다. 사람도 마찬가지. 같은 1년을 보냈어도 한 해를 살아온 각자만의 방식과 속도가 있기 마련이다. 내 인생을 남들의 보폭에 맞출 필요가 없듯, 등산도 마찬가지다. 한라산 중턱에 있는 윗세오름으로 가는 어리목 코스는 왕복 4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내 삶의 속도와 닮은 보폭으로 걷는 것이 윗세오름을 오르는 팁.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오르막 구간을 지나면 평탄한 사제비 동산과 만세동산 전망대를 만나고, 이내 윗세오름에 도착한다. 뒤로는 백록담이 있는 남벽이 보이고, 앞으로는 시야가 탁 트여 있어 세상이 열린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한라의 중심, 윗세오름의 매력은 스스로 올라야 비로소 알 수 있다. 겨울철 한라산의 안전한 산행을 위해 11월1일부터 입산 시간은 오전 6시로, 입산 통제 시간도 낮 12시로 앞당겨졌다.

노을이 아름다운 행원육상양식단지&수월봉

한낮을 밝혔던 태양이 붉은 물감을 흩뿌리며 내려와 새파란 하늘을 물들이고, 어느새 검푸른 태초의 색으로 바뀌는 순간. 낮과 밤의 경계에 서는 그 찰나의 시간을 마주하려면 묵묵한 기다림밖에는 답이 없다. 제주 일몰 포인트는 주로 서부권을 떠올리지만 동부권에서 보는 일몰도 매력적이다. 구좌읍 행원육상양식단지는 바다와 오름, 풍차와 어우러진 노을을 감상할 수 있고, 산책로가 조성돼 일몰을 기다리며 잠시 걷기에도 좋다. 서쪽 일몰 스폿인 수월봉은 높은 곳에서 차귀도를 바라보며 수평선으로 사라지는 노을이 멋진 곳이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