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들, 대출금리 낮은 일본 부동산에 관심"
“국내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자산가들이 일본 부동산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습니다.”

서상원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부장(사진)은 최근 자산가들의 투자 동향을 ‘일본 부동산’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9월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고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 부동산시장이 침체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 상승폭은 크게 둔화하고 있다. 지난 3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아파트, 단독, 연립주택 종합) 가격은 한 달 새 0.13% 올랐다. 8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지만 전월(0.19%)보다 오름폭은 다소 줄었다. 서울 주택가격이 0.20% 상승, 10월(0.51%)에 비해 오름폭이 크게 둔화한 영향이다. 9·13 부동산 대책이 서서히 효과를 내면서 재건축 투자 수요가 감소하고 호가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감정원의 분석이다.

서 부부장은 “자산가들이 이 같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벗어나 일본 부동산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초저금리와 엔저를 핵심으로 한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연 1% 이하로 낮을 뿐 아니라 대도시 상업용 건물의 공실률도 낮은 편이어서다.

서 부부장은 “몇 년 전까진 베트남 부동산시장에 관심이 많았지만 베트남에 대한 정보가 여전히 충분치 않고 개발도상국인 만큼 정부 규제 등으로 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에 최근엔 일본 부동산시장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화 거래인 만큼 보고 의무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부동산을 매입할 때 2년 미만 주거 목적인 경우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하고, 2년 이상 주거 목적이거나 주거 이외 목적인 경우 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거주자(내국인)가 비거주자(외국인)에게 부동산, 금전 등을 증여할 때는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거주자가 해외 부동산을 취득할 때는 외국환은행장 또는 한국은행 총재 앞으로 신고해야 한다. 목적에 상관없이 증빙서류 없이도 가능한 단순 해외 송금은 1회에 미화 1만달러까지, 연간 누계금액으로는 5만달러까지 가능하다.

서 부부장은 금융자산 투자는 당분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내년엔 추가 금리 인상이 힘들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내년 경기 전망이 올해보다 좋지 않은 데다 한국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경기선행지수에서 알 수 있듯 경기 둔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서 부부장은 특히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내년 2분기까지는 미·중 무역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두 국가 간 긴장관계가 완화될 때까지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대신 “현재 가진 자산의 20~30%는 현금으로 준비해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두고 언제든지 자산가치가 떨어진 곳에 실탄을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40~50%는 채권 투자를 추천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내년에도 금리 인상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에 미국 뱅크론펀드와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뱅크론은 투자등급 미만에 속하는 기업들이 금융회사로부터 조달하는 대출채권이다. 하이일드채권은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이다. 두 채권 모두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그때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추가 이익을 얻는 상품이다.

서 부부장은 나머지 10%는 미국 달러에 투자해도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 관계가 급격하게 풀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단기 투자에 국한할 것을 조언했다. 장기라면 유로화나 위안화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