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방송작가 그만두고 '식물서점' 열었죠"
KBS 시사투나잇 등 주요 방송사 간판 시사다큐 프로그램의 방송작가로 활동해온 김혜정 씨(사진). 잘나가던 13년간의 작가 생활을 접고 이름도 생소한 식물서점을 올봄 서울 양천구에 열었다. 가게 이름은 ‘꽃 피는 책 & 숲 공작소’다. ‘숲속의 작은 책방을 만들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을 실행한 것이다.

먼저 식물서점을 열게 된 계기를 물었다. “밤샘이 잦은 방송작가 일을 10년 넘게 하면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어요. 1년 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틈만 나면 숲에 갔습니다. 가장 편안한 곳처럼 느껴져서요. 숲 해설가 자격증을 따고, 도시정원사와 도시농부 과정을 이수하고, 플로리스트 수업도 들었어요.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은 어릴 적부터 좋아했어요. 대학 전공도 국문학이고요. 제가 좋아하는 이 두 가지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책과 식물을 함께 소개해보겠다는 생각에 식물서점을 개업하게 됐습니다.”

방송작가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수입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자신도 모르게 행복하다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마음이 편하다고 그는 말했다.

“가게 문을 연 지 7개월가량 됐는데 수입은 월세나 공과금처럼 가게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낼 수 있는 정도입니다. 아직 제 인건비를 버는 정도는 아니고요. 당장은 돈을 벌기보다는 ‘터를 닦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찾는 손님은 초등학교 앞이라는 지역 특성상 어린이들이 많다고 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한 아이가 가게 앞을 서성이기만 하고 들어오지 못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께 드릴 카네이션을 사고 싶은데 돈이 2000원밖에 없다는 거예요. 마침 1000원짜리 다육이가 있어서 아이와 나란히 앉아 작은 화분에 옮겨 담았습니다. 다육이를 꼭 안고 가던 뒷모습이 예뻤죠. 스승의 날엔 학원 선생님께 꽃다발을 선물하고 싶다는 친구가 와서 생화 손질하는 법을 알려주고 같이 작은 꽃다발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는 요즘 확 달라진 자신의 삶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작가 일을 할 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걸 지나고 보니 알겠더라고요. 세수하거나 밥을 먹다가도 늘 어떻게 방송을 잘 만들까 고민했거든요.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니 마음엔 활기가 넘쳐요. 좋아하는 숲에 있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 좋은 것들을 나누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 문득 ‘행복하다’는 말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FARM 정영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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