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맨 오른쪽)이 19일 서울 신문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산업위원회 발족식 및 1차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맨 오른쪽)이 19일 서울 신문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산업위원회 발족식 및 1차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첫 업종별 위원회인 금융산업위원회가 19일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정부와 금융권 노사가 일자리 창출 방안을 모색하자는 금융노조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출범했다.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 확산으로 인한 금융권 인력 감축을 막겠다는 노조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에선 로봇 은행원까지 등장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 위원회가 양적 일자리 지표에만 치중해 금융환경 변화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노동 이슈로 금융 분야 접근”

금융산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신문로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발족식과 함께 1차 전체회의를 열었다. 위원회 발족은 지난달 12일 노·사·정 대표자 합의에 따른 것이다. 금융권에서 노·사·정 합의기구가 출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원회는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노동계와 경영계 각 2명, 정부 1명, 공익 4명, 간사 1명 등 모두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당초 노동계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1명씩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한국노총이 두 자리를 모두 채웠다.

노조 입김으로 만든 '금융 노사정委'…문재인 정부 금융혁신 발목 잡나
위원회는 이날 핵심 과제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금융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금융산업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지난 5월 디지털 혁신에 따른 금융업종 인력 감축 우려를 제기하면서 금융산업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위원회에 참석한 한 공익위원은 “위원회 출범은 금융 분야를 노동 이슈로 접근하겠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날 첫 회의에서도 노조 측이 각종 현안에 대해 합의를 서두르자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은 위원회의 행보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온라인 및 모바일 거래가 급증하면서 일선 영업점 축소 등을 통해 매년 인력을 줄이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적용한 로봇 은행원까지 등장하는 마당에 위원회가 노조 주장에만 귀 기울일 경우 디지털화로 대표되는 금융환경 변화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정책 간섭하는 ‘옥상옥’ 우려

위원회가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옥상옥’ 조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일 뿐 정책 집행기관은 아니다. 하지만 노사가 합의해 내놓은 방안은 금융위원회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출범한 경사노위 산하 연금개혁특위가 수립 중인 국민연금 개혁안이 정부안을 사실상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공익위원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내놓은 자문안은 금융당국에 제시하는 기본적인 정책 방향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위원회가 지나치게 노동 전문가 위주로만 구성됐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위원회에 참여하는 공익위원은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황기돈 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등 4명이다. 금융 전문가는 사실상 이 위원 한 명뿐이다. 위원장으로 선임된 김 이사장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간부 출신이다.

위원회는 일자리 창출 외에 금융권 현안에 대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의제를 추가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해결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금융 현안이 위원회 과제에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각종 규제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