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비중 높다면 금·달러로 분산을…한국 주식·美국채 나눠 투자하는 ETF도 대안"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말이 있다. 의학 분야에서 심장기능을 검사하거나 공학 분야에서 제품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가능성이 작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대한 금융회사나 시스템의 잠재적 취약성을 측정하면서 시스템의 안정성을 평가할 때 쓰인다.

김찬영 삼성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 컨설팅 부장(사진)은 “글로벌 증시가 이례적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한 10월은 국내 개인투자자에게 혹독한 변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였다”며 “이번 하락장을 투자 진단과 평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변동성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파악하라고 그는 조언했다. 하락장을 견디지 못하고 손절매한 투자자라면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변동성보다 높은 변동성에 노출돼 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레버리지·인버스ETF 위험성 인지해야

국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초지수 등락폭의 2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레버리지 ETF’나 지수 하락 시 돈을 버는 ‘인버스 ETF’ 투자가 활발하다. 미국에서는 개인들이 레버리지나 인버스 등 파생형 ETF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은 “미국에서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이 파생형 ETF의 높은 위험성을 강조하고 투자자들도 수긍하는 분위기”라며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수익을 빨리 달성하고 싶다는 욕심에 고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의 방향성 예측은 전문가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라고 김 부장은 강조했다. 그는 “상담하는 기관투자가 사이에서도 상승에 베팅하는 기관과 하락에 베팅하는 기관이 거의 반반으로 갈린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증시의 등락을 맞추려 하는 것도, 하락했으니 다시 오를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며 무조건 버티는 것도 좋은 투자 방식이 아니다”며 “안전한 투자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다시 다가올 또 다른 변동성 장세에 대처하기를 권한다”고 했다.

◆‘진정한 분산투자’가 안정성 높여

변동성 높은 장세에서 투자의 안정성을 지켜줄 핵심은 분산투자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부장은 “고루한 조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분산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러 주식에 나눠 투자하는 것만으로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개인도 많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자산으로의 분산 △다양한 지역으로의 분산 △투자시점의 분산을 강조했다.

자산에서 주식 비중이 높은 투자자에게는 일부 자산을 금 선물 가격을 따라가는 ‘KODEX 골드선물(H) ETF’와 ‘KODEX 미국달러선물 ETF’로 옮기라고 했다. 신규투자에 나서려는 투자자에게는 하나의 ETF로 자산 간 분산투자 효과를 볼 수 있는 ‘KODEX200 미국채혼합 ETF’를 추천했다. ‘KODEX200 미국채혼합 ETF’는 코스피200지수와 미국채 선물 10년물에 각 40%, 60%를 투자한다. 김 부장은 “주식과 채권에의 분산, 한국 주식과 미 달러로의 분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10월 하락장에서의 손실률도 3%로 다른 상품에 비해 크게 낮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지역으로 분산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는 ‘KODEX 선진국 MSCI World ETF’를 소개했다. ‘KODEX 선진국 MSCI World ETF’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 등 23개 선진국의 1600여 개 주식에 시가총액 비중대로 투자한다. 김 부장은 “1000만원으로 이 ETF를 산다고 하면 미국 애플 주식을 27만원어치, 아마존 주식을 17만원어치, 페이스북을 9만원어치, 일본 도요타 주식을 3만원어치 등으로 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시점 분산은 적립식 투자를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시장의 등락을 보지 않고 꾸준히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적립식으로 투자하고도 손실을 본 ‘아픈 추억’이 있는 투자자도 상당하다. 김 부장은 이에 대해 “투자 방식이 틀린 게 아니라 투자 대상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기 적립식 투자를 할 때는 투자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매년 3% 상당의 비용이 발생하는 펀드에 10년간 투자했다면 투자 비용만 펀드 자산의 약 30%에 달하는 셈”이라며 “글로벌 저성장 기조에서 이런 비용을 감당하면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면서 보수가 낮은 펀드를 고르라고 조언했다. ‘KODEX 글로벌 4차산업로보틱스 ETF’를 예로 들었다.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에 핵심적인 그래픽카드 및 이미지 처리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 엔비디아나 수술로봇업체 인튜이티브서지컬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연 총보수는 0.3%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