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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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대다수 금융소비자들은 자산 증식을 위해 은행 예·적금을 이용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 펀드투자 열풍이 불었다. 개인투자자의 펀드 투자금액은 2005년 말 75조6000억원에서 3년 새 177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펀드는 돈만 넣으면 되는 예·적금 아냐…신경쓰는 만큼 수익 달라진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줄곧 감소해 올 8월 말엔 85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시장이 쪼그라들었지만 펀드는 여전히 금융투자자들이 가장 흔하게 접하는 상품이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변액보험도 결국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펀드를 빼고 금융 투자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펀드 투자가 대중화됐지만 투자자들이 투자 방식과 관련해선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펀드 투자자의 책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개선할 점이 많다. 펀드 투자자의 책무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마땅히 이행해야 하는 행동이다. 법적으로 이행 의무가 있다거나, 하지 않았다고 해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펀드 투자자는 △투자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도록 노력하고 △펀드 상품을 올바르게 선택하며 △합리적 투자 관리를 할 책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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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투자자의 책무를 순서에 따라 살펴보면 개선할 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먼저 펀드를 가입하기 전엔 △펀드 투자의 위험을 인지하고 △펀드 투자 관련 기본 지식을 습득할 책무가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의 위험 인지 실태는 어떨까. 현재 펀드 투자를 하고 있는 투자자 951명에게 질문한 결과 ‘무조건 원금은 보존돼야 한다’와 ‘원금보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응답이 각각 14%와 48.4%에 달했다.

펀드가 손실위험을 내포한 금융투자상품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런 인식은 펀드 투자자의 책무에 비춰볼 때 적절치 않다. 투자 수익을 노리고 펀드 투자에 나섰지만 원금 손실 위험은 소홀히 여기는 투자자가 많다는 얘기다.

앞의 조사에서 펀드 투자 관련 기본 지식을 얻기 위해 교육을 받은 투자자는 21.3%에 불과했다. 지식 습득의 책무를 이행하는 사람이 그만큼 적은 셈이다. 이는 금융투자 기본 지식과 펀드투자 지식을 측정(100점 만점)한 결과 각각 47.3점과 61.4점에 그친 데서도 확인된다.

펀드에 가입하는 단계에선 △투자를 자발적으로 시작하고 △여러 펀드를 비교해 투자할 펀드를 선택하며 △인터넷 가입 시 투자설명서를 확인할 책무가 있다. 펀드 투자는 스스로 투자할 펀드를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다른 사람의 권유에 못 이겨 투자하거나 남들을 따라서 하는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도 현재 펀드 투자를 하는 사람 중 ‘펀드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발적으로 투자했다’는 사람은 1.9%에 불과했다. ‘은행 증권사 등 판매 직원의 적극적 권유’(31.5%), ‘주위 사람들의 권유’(18.4%), ‘남들도 하니까’(8.4%) 등 비자발적 투자가 많았다. 펀드 투자가 자신의 투자 동기와 목적에 들어맞는지를 따져보고 자발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이 매우 적다.

유사한 조건의 다른 펀드와 비교해 보고 투자할 펀드를 선택할 책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펀드 투자자의 29.7%는 다른 펀드와의 비교없이 펀드에 가입했다. 여성(33.4%)이 남성(25.7%)에 비해 다른 펀드와 비교하지 않은 비중이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45세 이상 투자자들이 45세 미만 투자자들에 비해 비교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 45세 미만 투자자들은 3개 이상의 펀드를 비교한 사람이 40%를 넘었다. 그만큼 상품 선택에 신중했다는 의미다.

인터넷을 통해 펀드에 가입할 때 투자설명서를 확인할 책무도 소홀하기는 마찬가지다. 투자설명서 파일을 내려받아 꼼꼼하게 읽어 본 투자자는 38.2%에 그쳤다. 파일을 열어보기만 했을 뿐 읽지는 않았다는 투자자가 41.1%였다. 금융회사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내려받은 파일을 모두 확인했는지를 판단해 펀드 가입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책무 이행에 더 소홀해진다.

펀드는 돈만 넣으면 되는 예·적금 아냐…신경쓰는 만큼 수익 달라진다
펀드 가입 후엔 자산운용보고서를 확인할 책무가 있다. 자산운용보고서를 읽어 본 투자자는 45.3%인 데 비해 읽어보지 않은 투자자는 54.7%로 이 책무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상품은 돈을 넣고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예·적금이 아니다. 투자자로서의 책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만큼 원하는 투자 수익을 올릴 가능성도 커진다.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