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대출규제 '직격탄'… 경매열기 '확' 식었다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법원경매시장에서 관망세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선 평균 응찰자 수가 4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잔금 대출이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이 관망세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막힌 돈줄… 응찰자 수 ‘뚝’

주택 대출규제 '직격탄'… 경매열기 '확' 식었다
18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3~18일 서울 아파트 경매엔 1건당 평균 3.8명이 응찰했다. 9·13대책 발표 전인 지난 1~11일 평균 응찰자 수(15.2명)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올 들어 8개월간 평균 응찰자 수인 7.48명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박은영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9·13 대책 이후 경매시장 예비 응찰자들이 관망에 들어가 응찰자 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에선 경매대에 오른 부동산 12건 중 절반이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같은 날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에선 18건 중 4건만 새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 99억원에 나와 역대 최고가 경매로 관심을 끌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삼성’ 전용면적 269㎡ 물건엔 응찰한 이가 없었다. 강남구 역삼동 ‘역삼조이너스’ 전용 84㎡ 등 일반 강남권 아파트도 잇달아 유찰됐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예전 같으면 20명 이상 경합했을 물건에도 응찰자가 5명 안팎에 그쳤다”며 “대출 규제가 경매시장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응찰 열기가 확 줄어든 것은 9·13 대책 이후 대출이 어려워진 데다 향후 전망도 불확실해서다. 9·13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경락잔금대출 길이 확 좁아졌다. 1주택 이상 보유 가구는 규제 지역 내 주택 신규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돼서다. 기존 1주택 보유자가 ‘갈아타기’용이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낙찰받는다면 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정충진 경매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열린)는 “경매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대출을 최대한 받는 속성이 있다”며 “잔금 조달 길이 좁아지자 입찰을 포기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낙찰가율은 비슷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비율)도 소폭 하락했다. 지난 1~11일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6.4%였다. 13~18일 낙찰가율은 103.5%로 약 3%포인트 떨어졌다. 아직 낙찰가율이 100%를 웃도는 것은 시중 매물에 비해 경매 감정가가 싸기 때문이다. 현재 경매되고 있는 물건의 감정은 최소 6개월 전에 이뤄졌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서초구 잠원동 ‘킴스빌리지’ 전용 24㎡는 지난 1월 기준 감정가(4억5000만원)의 103.73% 수준인 4억6677만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거래가(4억9000만원)보다는 낮은 가격이다. 지난 17일 강남구 도곡동 ‘도곡2차아이파크’ 전용 173㎡ 경매에는 모두 6명이 응찰해 감정가(15억8000만원)의 약 124% 수준인 19억5510만원에 낙찰됐다. 매물이 적어 작년 11월 이후로 거래 신고가 없는 단지다.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 전용 84㎡는 감정가 6억원에 경매에 나와 약 7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 전문가들은 규제 영향이 계속될 경우 낙찰가율도 소폭 조정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강은현 대표는 “응찰자 수는 정부 규제나 시장 악재가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경매 지표”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다음달께는 낙찰가율도 추가 하락하는 등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